휘발유 끼얹고, 화장실서 살해하고…'앙심' 품은 스토커들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을 해 오던 동료 직원으로부터 피살되며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이러던 차에 스토킹하던 전 연인을 찾아가 휘발유를 뿌리고 폭행한 50대 남성이 구속송치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부분이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가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16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50대 남성 A씨를 스토킹처벌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범죄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 12일 오후 9시께 전 연인인 40대 여성 B씨가 일하는 곳을 찾아가 폭행을 하고, B씨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라이터도 소지하고 있었다.

앞서 A씨는 지난 7월에도 B씨를 폭행해 불구속 송치됐다. A씨는 “B씨가 과거 나를 폭행 혐의로 신고한 적이 있어 앙심을 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만남을 거부하자 A씨가 B씨를 두 달동안 스토킹한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또 있다. “자신과 만나달라”며 한 여성에게 350여 차례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보내고 스토킹한 30대 남성이 벌인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이다.

지난 14일 밤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순찰 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입사 동기인 C씨에게 흉기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씨는 이날 오후 9시께 신당역에서 줄곧 피해자를 기다리다 뒤쫓아가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흔적을 안 남기기 위해 머리에 샤워캡까지 쓰는 치밀함을 보였다.

범행에 앞서 그는 피해자의 근무지를 알아내기 위해 지하철 6호선 구산역 고객안전실에 들어가 자신을 서울교통공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직접 접속했다.

C씨는 피해자를 지난 2018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불법촬영하고 스토킹을 저질러왔다. 이로 인해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촬영물등이용협박)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했다. 그는 1심 선고 예정인 하루 전날 밤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한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약 2시간에 걸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숨진 피해자의 부검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 구두 소견은 ‘흉기에 의한 상처’로 나왔다.

이날 영장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선 C씨는 ‘피해자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C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C씨의 신상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