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23일 팜유수출 재개…내수용 1000만톤 DMO 설정

조코위 "목표 식용유값 아직이지만 업계 형편 고려"
수출 못해 수입 끊긴 농민반발·무역수지 타격 등 영향
수출 재개했지만 내수용 1000만톤 우선 공급의무 부과
수출 일부 지속 제한 의미…식용유 대란 우려는 여전
  • 등록 2022-05-20 오후 5:43:04

    수정 2022-05-20 오후 5:43:0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도네시아가 오는 23일(현지시간)부터 팜유 수출을 재개하기로 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AFP)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화상 연설을 통해 23일부터 팜유원유(CPO)와 팜올레인, 폐식용유 등 수출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아직 대용량 식용유 가격이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리터(L)당 1만 4000루피아(약 1214원)까지 떨어지진 않았지만, 식용유 공급 상황과 가격, 팜유 산업 종사자 1700만여명의 형편 등을 고려해 수출 금지령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팜유 수출이 재개되더라도 식용유가 계속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터당 2만 6000루피아(약 2257원)까지 치솟았던 인도네시아의 대용량 식용유 가격은 최근 1만 7000루피아(약 1476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대용량 식용유 가격이 정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약 3주 만에 팜유 수출을 재개한 것은, 수출을 못해 수입이 끊긴 농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센 데다 무역수지에 끼치는 손해도 좌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팜유는 세계 식용유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공급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달 28일 0시부터 △팜유 원유(CPO·crude palm oil) △정제·표백·탈취(RBD) 팜올레인 △RBD 팜유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네시아의 생산량은 국내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규모지만, 팜유 생산업체들이 수출에 치중한 탓에 자국 내 식용유 품귀현상이 발생해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1만 7000개 이상의 섬으로 구성된 국가여서 유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상당수 팜유 생산업체들이 미등록 업체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 공급 상황이나 수출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해바라기유, 대두유, 카놀라유 등에 대한 국제 수요가 팜유로 쏠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해바라기유 1·2위 수출국으로 전세계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AFP)


결과적으로는 수출 금지 조치가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식용유 대란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내수시장용으로 1000만톤을 유지하도록 강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코위 대통령이 지난 해 11월 이후 팜유 관련 정책을 수차례 뒤집었던 전례도 불안을 완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 장관은 이날 오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식용유 내수 물량 1000만톤을 유지하기 위해 내수시장 공급의무(DMO)를 설정한다”고 발표했다. 식용유 가격이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는 수출량을 일부 제한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 시장에 공급할 식용유 800만톤과 원료 200만톤을 유지하도록 팜유 식용유 업체들에 골고루 내수시장 공급의무를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이를랑가 장관은 또 인도네시아 산업부에 식용유 유통 디지털 감시망을 구축해 식용유 물동량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신분증을 기반으로 투명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래소의 팜유 선물 가격은 이날 조코위 대통령의 수출 재개 발표 이후 2% 가량 하락했다가 DMO 소식이 전해진 뒤 약 3%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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