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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만큼 그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별로 의견이 제각각 갈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경기 전망은 어두워지고 물가 상승 우려는 높아진 상황이라 금리 결정을 둘러싼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또 3월엔 대통령 선거와 이주열 한은 총재 임기 종료, 5월엔 차기 정권 집권과 임지원 금통위원 임기 종료 등 통화정책 외 변수도 몰려 있다. 이에 금리 인상이 1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연 1.25%에서 마무리될 것인 지, 내후년까지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최종 금리가 2% 이상으로 오를 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1분기 이후 금리 인상 경로는 제각각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와 경제연구소 소속 채권시장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1명이 14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점쳤다. 나머지 1명 역시 2월 금리 인상을 점쳐 이주열 총재 퇴임 전까지 한 차례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월 금리 인상 후 2분기 대선과 한은 총재 교체 이후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을 점검하면서 3분기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국내 성장, 물가추세를 감안한 자연이자율이 1.50%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1.50% 이상의 금리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50% 이상의 금리 인상부턴 통화정책 긴축의 시작”이라고 전제하면서 “최종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인 1.50~1.75%를 벗어나지 않아 올 연말 1.50%로 오른 후 내년 상반기 1.75%에서 마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12명 중 4명은 연말 기준금리를 연 1.25%로 예측했다. 2명은 금리 인상이 1.25%에서 멈추지만 나머지 2명은 내년,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마지막 금리 인상 후 금리 동결 기조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금리가 대출 총량규제 등으로 인해 상당한 수준 이상으로 상승, 한은이 의도했던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며 “정상화 목적의 금리 인상은 1월 인상으로 마무리되지만 내년 한 차례 더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 연말 1.25%, 내년 말 1.75%로 금리가 오른 후 2024년까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오 연구원은 “경제 여건 정상화를 가정할 경우 2% 이상까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 최대 변수는 ‘경기둔화 우려 속 물가 상승’
향후 금리 결정의 최대 변수는 무엇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우려 속 물가 상승을 꼽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 재확산과 경기 회복 둔화 가능성을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창섭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내외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조용구 연구원은 “미국이 초반에 금리 인상 사이클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자산매각 등) 양적긴축(QT)을 병행하면 인상 강도가 완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의 원동력이었던 빚투(빚을 내 투자)로 쌓은 자산 버블 우려는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2월 금리 인상을 점친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1월 금리를 인상해) 굳이 경제를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여삼 연구원은 “부동산,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물가 상승이 수요 측 압력에 의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은은 중립금리 이상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