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머티리얼즈, 반도체 공정용 액화수소 공급 실증한다

규제 샌드박스 통해 21건 실증 등 허가
쇠똥에 톱밥·왕겨 섞은 발전연료 실증도
4월부터 '규제 샌드박스 2.0' 사업 추진
  • 등록 2024-03-29 오후 4:11:01

    수정 2024-03-29 오후 4:46:4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와 린데코리아가 정부의 허가 아래 반도체 공정용 액화수소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

(제공=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올해 첫 번째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이를 포함한 21개 과제를 심의·승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사업·신기술 상용화를 촉진하고자 2019년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모래놀이터)를 도입했다. 현행 법 규제로 막혀 있거나 규정 자체가 없어 사업화하지 못하고 있는 신사업·신기술에 일정 기간의 임시 허가나 실증 특례를 주는 제도다. 법·제도 개편에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이전까지 제한적으로나마 사업화의 기회를 열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21건 추가 승인으로 총 508건의 과제가 법 개정에 앞서 추진됐다.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와 린데코리아는 현재 반도체 공장 공정에 필요한 수소를 기체 형태로 공급하고 있는데, 이번에 실증 특례를 받음으로써 액화 형태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만 강한 압력으로 영하 253도까지 떨어뜨리면 액체가 되면서 그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어 수송·보관이 편리해지게 된다. 그러나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는 아직 액화 수소 저장·배관 시설 구축에 필요한 기준이 없어 실제 현장에서 사업화가 어려웠다.

두 회사는 이번 실증 특례 부여를 계기로 액화수소를 반도체 공장 내 전용 저장탱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기화해 공급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 SK E&S와 IGE 등의 액화수소 생산과 CJ대한통운의 액화수소 운송 전용 탱크로리 운용은 이미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특례를 부여받은 상황이다.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승인으로 생산-운송-공급에 이르는 액화수소 밸류 체인이 완성됐다”며 “저장 용량이 10배 증가해 수소 공급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올해 첫 번째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전북도청이 신청한 우분(쇠똥)과 톱밥, 왕겨 등 보조 원료를 혼합한 열병합 발전소용 고체 연료 생산 실증 과제도 승인됐다. 정부와 산업계는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만들어 태우는 방식의 열병합발전(전력생산)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지금까진 현행 가축분뇨법·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우분 100% 연료만 활용 가능했고 이는 발열량이 낮고 발전 품질이 균등하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전북도 등은 이번 실증을 통해 우분 50%에 발열량을 높일 수 있는 톱밥이나 왕겨, 줄기류, 전정가지류 등 보조 원료를 혼합한 고체 연료를 만들어 열병합발전소 연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심의위는 그 밖에도 스탠다드에너지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내 바나듐 이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전기차 충전소 과제와 부산대의 수소 선박용 액화수소 저장탱크 개발·성능검증 과제, 펫프렌즈의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 및 상담 서비스 등 총 21개 과제를 심의·승인했다.

산업부는 이번 심의위 이후 기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업그레이드한 ‘규제 샌드박스 2.0’을 추진한다. 지금까진 사업자가 신청하면 관계부처가 이를 검토해 특례를 내주는 형태였다면 앞으론 정부나 관계부처·기관이 도전적 과제를 선제적으로 기획해 사업자를 모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미 고중량 지능형 로봇의 화물용 승강기 탑승 기준 마련, 고망간강 소재 수소탱크 기술기준 마련 등 과제를 정해 4월부터 여기에 참여할 사업자를 공모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불합리한 규제는 끝까지 발본색원하고 선제적으로 글로벌 기준을 이끄는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활동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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