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금리 상승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최저 연 3.7%의 고정금리 주담대로 갈아탈 수 있게 해 주는 안심전환대출이 결국 ‘흥행 참패’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2차 때보다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설정한 데다, 사실상 금리 이점도 크지 않은 점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신청 요건이 완화된 지난달 7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중부지사에 붙은 안심전환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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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제3차 안심전환대출은 2단계 신청 접수를 시작한 지난달 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총 35영업일 간 약 4조8458억원(3만1373건)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누적 건수는 7만399건, 누적 금액은 약 8조8355억원으로 늘어났다. 금액 기준으로 정부가 설정한 총 대출 한도인 25조원의 약 35.3% 수준이다.
정부는 애초 지난 10월 17일까지 19일 간의 접수를 마치고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접수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자 신청 기간을 같은 달 말까지 2주간 연장했다. 이어 정부는 자격 요건 등을 완화해 지난달 7일부터 2단계 접수까지 돌입했다. 2단계 접수에선 주택 가격 기준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부부합산 연소득은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했다. 대출 한도도 기존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늘렸다.
이처럼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흥행에 안간힘을 썼지만 정작 고객들은 등을 돌렸다. 당정이 지난 6일, 내년 1년 간 한시적으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통합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연 4%대로 안심전환대출 금리보다 더 높기 때문에 안심전환대출에 막판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희망도 생겨났으나 이마저도 헛된 기대에 불과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접수 마감일인 오는 30일까지 누적 약 9조5000억원의 접수 실적이 예상돼 정부의 공급 목표치 대비 38% 안팎 수준에서 접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주금공 관계자는 “더 이상의 추가 접수는 없고 내년에 계획했던 일반형 안심전환대출은 특례보금자리론에 흡수된다”고 말했다.
올해 3차 안심전환대출이, 대성공을 거뒀던 1~2차 안심전환대출과 달리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신청 자격이 가장 먼저 꼽힌다. 뒤늦게 ‘주택 가격 6억원 이하,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로 자격 요건을 완화하긴 했지만 이 같은 조건은 오히려 2015년과 2019년에 비해 강화됐다. 1~2차 안심전환대출 당시 주택 가격 기준은 시가 9억원으로 같았다. 하지만 올해는 2015년과 2019년에 비해 집값이 오히려 급등했는데도 시가 4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자격 요건을 강화해 공급을 시작하면서 수도권 주민 역차별 논란을 낳기도 했다.
실질적인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도 올해 안심전환대출의 낮은 인기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준금리 지속 상승으로 시중은행의 주담대(혼합형) 상단 금리가 이미 7%를 훌쩍 넘어선 것은 물론 8%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초저금리 시기인 2019~2020년 대출을 받은 이들로선 미래 금리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장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 차주들이 많이 선택하는 혼합형 금리 상품은 초기 5년은 고정금리로 하고 그 이후엔 6개월 단위의 변동금리로 바뀌는 방식”이라며 “2019년도에 혼합형 주담대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차주들이 현재 내고 있는 이자보다 더 높은 상황인데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당장 더 많은 이자를 내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