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정보기술(IT) 업체인 애플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메모리 반도체를 자사 제품에 사용할 계획을 보류했다고 17일 소식통을 인용해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7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치에 따른 것이다.
|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사진=AFP) |
|
소식통은 애플이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주요 경쟁사 대비 최소 20% 저렴한 가격에 납품이 가능한 YMTC의 메모리 반도체를 이르면 올해부터 아이폰에 탑재할 예정이었으나, 당국의 새로운 조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의회의 압박 등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애플은 당초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에 한정해 YMTC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사용을 검토했으나, 전 세계에 판매되는 아이폰에 필요한 물량의 40%를 YMTC로부터 공급하는 방안으로 확장해 미국 상무부의 발표에 앞서 인증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서버까지 모든 전자기기에서 볼 수 있는 핵심 부품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애플이 YMTC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검증은 마쳤으나, 아직 생산 라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YMTC는 지난 7일 미 당국이 수출 통제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미검증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 ‘미검증 명단’에 오른 중국 업체들과 거래를 하려면 물품을 보내기 전에 실사를 통해 합리적인 사업인지 확인 조사를 수행하고, 당국에 추가로 허가증을 신청해야 한다. 닛케이는 미국 상무부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 목록에 오른 기업들이 약 60일 동안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우려 거래자’로 분류돼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수출이 제한된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사인 브랜즈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브렌트 프레드버그 투자 담당 이사는 “애플은 현지 중국 시장에서 YMTC를 사용하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현재 규정대로라면 YMTC가 애플이 원하는 종류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미국 첨단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 통제의 핵심은 미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 판매할 때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 등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경우 당국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라면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을 적용해 수출을 사실상 전면 통제하고, 미국 업체뿐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는 것도 제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