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전기차 e-트론...경쟁상대로 모델3 아닌 I-PACE 타깃

  • 등록 2020-07-06 오후 2:21:55

    수정 2020-07-06 오후 2:21:55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아우디가 국내 첫 순순전기차 e-트론을 선보였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아우디 부문 사장 제프 매너링은 출시 현장에서 “e-트론은 100% 아우디”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아우디 DNA를 담고있다는 설명이다. 역동적인 퍼포먼스, 다양한 편의성 등이 대표 특징이다. 경쟁 상대로 재규어 I-PACE를 노린다는 아우디 e-트론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e-트론에는 무려 95kWh 용량의 배터리와 두 개의 전기모터가 조합된다. 1회 완전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307km,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는 57.2kg.m다. 순간적으로 출력을 높이는 부스트 모드가 있다. 8초간 동작하며 이 때 최고출력은 408마력, 최대토크는 67.7kg.m로 높아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 역시 6.6초에서 5.7초로 단축된다. 문제는 배터리 용량에 비해 심각하게 짧은 주행거리다.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는 75kWh 배터리로 446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사실상 e-트론은 테슬라와 격차가 너무 커 설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월 1000대 정도 팔린다. 그것도 2019년 모델은 약 2만달러 할인을 하고 있다.

e-트론의 주행거리가 짧은 이유는 낮은 전비에 있다. e-트론의 복합전비는 3.0km/kW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테슬라 모델3의 전비가 kW당 5km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e-트론의 배터리효율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트론이 경쟁 모델로 지목한 재규어 I-PACE(복합전비 4.7km/kW, 주행가능거리 333km)보다도 뒤진다. 그렇다고 e-트론의 공기역학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0.27cd로 낮은 편에 속한다. 사이드미러를 삭제하고 카메라를 달아 공기 저항 계수를 낮추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다. 참고로 테슬라 모델3는 0.24cd다.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데는 무거운 공차중량이 한 몫 한다. e-트론의 공차중량은 2615kg으로 대형 SUV에 버금간다. 덩치가 더 큰 테슬라 모델X(2459~2605kg)보다도 무겁다. 재규어 I-PACE(2670kg)보다는 가볍다. 무게도 무게지만 배터리 제어기술이 형편없다는 얘기다.

아우디는 e-트론과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마이아우디월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e-트론 사용자를 위한 별도 메뉴를 신설했다. 충전소 예약, 충전 완료 여부 등과 e-트론 충전 크레딧 카드 잔여 금액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충전에 대한 우려때문인지 아우디는 전국 41개 아우디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에 아우디 전용 150kW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급속 충전기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평일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는 충전 대행 서비스도 운영한다.

전기차 자체로의 매력은 떨어지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실내 구성은 수준급이다. 첨단 IT기기의 느낌은 받기 어렵다. 대신 다양한 편의사양을 적용했다. 눈길을 끄는 장비는 버츄얼 사이드미러다. 기존 사이드미러 위치에 카메라를 배치했다. 화면은 도어트림에 송출된다. 아우디 관계자는 “야간이나, 기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뛰어난 시인성을 자랑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 앰비언트 라이트, 블랙 헤드라이닝, 나파가죽 패키지, 가죽 스티어링휠,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와 4존 풀오토 에어컨 등도 적용된다. 전후방 주차 보조시스템,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 360도 카메라 등의 편의장비와 프리센스360, 교차로 보조 시스템, 가상 엔진 사운드 등의 안전 장비도 탑재했다.

공간의 아쉬움도 없다. 외관만 보면 준중형 SUV로 보인다. 실제 수치나 탑승했을 때 느껴지는 공간감은 중형 SUV 이상이다. e-트론은 전장 4900mm, 전폭 1935mm, 전고 1685mm, 휠베이스 2928mm다. 2열에 신장 179cm의 기자가 앉으면 무릎에 주먹 두 개는 가뿐하게 들어간다. 헤드룸도 넉넉하다. 트렁크 하단에는 깊이가 깊은 별도의 수납공간이 있다. 40:20:40으로 폴딩되는 2열을 접으면 부피가 큰 짐을 적재할 수 있다. 전기차에서 으레 기대하는 앞 트렁크는 없다. 대신 커다란 전기 모터가 자리하고 있다.

e-트론의 가격은 넘사벽이다. 무려 1억1700만원이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의 대상인지 여부는 8월말께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소비자에게 인도되기까지는 수개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을 받더라도 1억원 가량을 내야한다. 미국에선 7만달러 중반에서 시작한다. 현재 최대 2만달러 할인이 진행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실상 국내에서도 7천만원 정도에 구입해도 수지타산이 맞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엇비슷한 공간과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테슬라 모델3는 5천만원대 중반에 구입이 가능하다.

아우디는 브랜드 경험을 강조한다. 단순히 빠르고, 크기가 크고, 긴 거리를 주행하는 것보다 전기차 경험에 대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아우디 고객을 e-트론으로 끌어 오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를 찾기 어렵다. 같은 가격대에 선택할 수 있는 경쟁 모델이 많다. 가깝게는 재규어 I-PACE부터 메르세데스-벤츠 EQC, 테슬라 모델X까지 있다.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테슬라 모델Y도 있다. 심지어 더 저렴하고 성능은 월등히 좋다.

아우디 e-트론이 테슬라에 비해 강점은 고급스런 소재와 마무리 정도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우디가 출시한 첫번째 순수전기차라는 점 외에 특별한 세일즈 포인트를 찾긴 어렵다. 경쟁 모델로 지목한 재규어 I-PACE의 국내 월 판매량은 5대에 그치고 있다. 모델3는 공급이 원할하면 월 3천대 이상 팔린다. 비교가 안 되는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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