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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영문도 모르고 9년 동안 비를 맞았고 집에 물이 차서 고통에 허덕였다.”(개그우먼 김미화) “국가의 잘못을 법적으로 확인하고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문성근)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현업에서 배제당했던 문화예술인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전에 돌입한다.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등 MB정권 블랙리스트 예술인 34명은 28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3차장, 김주성 전 기획조정실장 등 MB국정원 주요 인사 3명,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1인당 위자료 500만원을 청구키로 했다.
김미화는 “지난 시절 잘못한 일이 있었다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라며 “적어도 지난 정권에서 잘못한 일은 사과드린다고 하는 게 상식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 국회의원은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물 들어오니까 배 띄운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9년 동안 비를 맞았고 집에 물이 차서 고통에 허덕였다”고 토로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양재 측은 “총 40명이 소송 의사를 밝혀왔고, 위임장을 취합하는 대로 이날 중 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문화예술인의 인격권까지 침해했다고 생각해 위자료를 청구했다. 추가로 피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청구 취지와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 금액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 전 대통령 시절인 2009년 당시 기조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했다. TF는 정부 비판성향 연예인들을 배제하기 위해 소속사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조치 유도 등 전방위적 퇴출 압박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