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이미경 남매의 '꿈'..CJ, 글로벌10 문화기업 노린다

2020년까지 15.6조 기업으로 도약
CJ CGV와 CJ E&M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
  • 등록 2015-09-03 오후 3:51:54

    수정 2015-09-03 오후 7:41:25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과 이미경 부회장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CJ(001040)그룹이 식품회사에서 글로벌 ‘톱10’ 문화 기업으로 도약에 나섰다. 1995년 이재현 당시 제일제당 상무와 누나 이미경 이사가 함께 로스앤젤레스(LA)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스티븐 스필버그를 만나러 간 지 20년 만이다.

CJ그룹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필동 CJ 인재원에서 문화 사업 진출 20주년 관련 ‘미디어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난해 기준 3조6000억원 규모 문화 사업을 2020년까지 15조6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CJ가 지금의 문화 사업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남매의 적극적인 의지 덕분이다. 1995년 3억 달러(3500억원)을 투자해 드림웍스SKG의 대주주로 참여하며 문화 시장에 뛰어든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지금의 CJ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금액은 당시 제일제당 연 매출의 20%에 해당했다.

당시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은 “이제는 문화다. 그게 우리의 미래이며,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자”라는 꿈을 서로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설탕’으로 대표됐던 CJ그룹의 이미지를 콘텐츠 기업으로 바꾼 것은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협업 덕분이다. 이재현 회장은 CJ그룹의 문화 사업에 대한 전략을 제시하고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이미경 부회장은 현장에서 전략을 수행했다. 특히 CJ E&M을 맡아 한국의 대표 문화 기업으로 키워낸 것은 이미경 부회장의 공이 컸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문화·미디어 산업을 한 단계 발전하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 부회장은 영화와 방송, 공연 등 문화 전반적으로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지닌 것으로도 유명하다.

CJ그룹이 누적적자가 계속됨에도 영화 제작과 케이블 방송 사업 등에 투자를 지속한 것도 이재현, 이미경 남매가 문화 사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CJ그룹은 2020년 15조 문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0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CJ CGV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 12개국에 1만여 스크린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이대로라면 CJ CGV의 관람객은 세계 전체 영화 관람객의 8%로 글로벌 톱 수준이 된다.

CJ E&M은 외국인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담당한다. 중국과 동남아 현지 영화사와 합작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방송에서는 해외 미디어 파트너와 손을 잡고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CJ E&M은 현재 전체 매출의 8.5% 수준인 해외 매출을 2020년까지 43%로 키워낼 계획이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컴캐스트,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문화 기업의 매출은 2013년 기준 50조~70조원 수준이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빠른 투자가 필요한데, 그룹의 총수인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CJ그룹의 문화 사업을 이끌어온 이미경 부회장도 건강상의 문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으로 문화 사업 전반을 지휘할 콘트롤 타워가 시급하다.

또한 국내에서 CJ그룹을 ‘문화 공룡’으로 보는 시선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칫 해외로 나가기 전에 국내 규제에 발이 묶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채욱 CJ그룹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은 활발한 인수합병이나 제휴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며 “CJ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적극적인 투자가 우선인데, 최고 경영진 부재로 과감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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