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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올 상반기 국내 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더욱 악화됐다. 특히 대규모 손실과 회계부정 이슈로 시장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건설과 조선업은 여전히 불황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고 정유와 철강업에서도 등급 하락이 잇달았다.
3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가 올 상반기중 회사채 신용등급을 평가한 업체 384개사 가운데 신용등급이 오른 곳은 단 8개사에 그친 반면 등급이 내려간 회사는 42개사(부도업체 1곳 포함)에 이르렀다. 지난해 상반기 10개사 등급이 오르고 23개사의 등급이 내린 데 비하면 등급이 오른 회사는 줄었고 하락한 회사 수는 되레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등급 하향 추세는 올 상반기에도 이어진 모습이다.
NICE신용평가가 집계한 결과도 비슷했다. 전체 393개사 중 회사채 신용등급이 상승한 회사는 7개사, 하락한 기업은 40개사였고 코아로직(048870), 비케이이엔티, 대보인터내셔널쉬핑, 대원건설산업 등 4곳에서는 부도가 발생했다.
양진수 한신평 연구위원은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의 특성상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외형 보전을 위해 무리하게 수주했던 프로젝트가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며 “다만 해운업은 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산업 전망은 중립적”이라고 판단했다.
주의 깊게 살펴볼 점은 ‘BBB-’ 이상 기업의 등급 하향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한신평은 등급 상향건수와 하향건수의 차이를 신용등급 보유 기업수로 나눈 등급 변동성향이 상반기 -8.0%로 지난해 -7.0%에 이어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집계했다. 등급 하향 성향은 2013년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서 지금까지 마이너스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우량 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의미다.
신용등급 하락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은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한다. 2010년 이후 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밝힌 건수가 ‘부정적’으로 밝힌 건수를 줄곧 웃돌았지만, 2013년 이후 추세가 역전됐고 올 상반기 말에도 ‘부정적’이 17건, ‘긍정적’이 3건으로 부정적 전망이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