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자본시장 세계화와 법적 기반

  • 등록 2014-10-21 오후 3:10:00

    수정 2014-10-21 오후 3:10:00

[김의창 법무법인 상상 대표변호사] 여의도의 10월은 불꽃축제와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한 불꽃축제가 마무리된 직후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이뤄졌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외국기업의 비율이 0.8% 수준으로 너무 낮아 더 적극적인 외국기업 상장 유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중국고섬과 중국원양자원 사태 등 무리한 외국기업 상장으로 투자자 피해가 급증하는 원인이 외국기업 관련 리스크에 대한 사전인지 부족이라는 따끔한 질책도 동시에 제기됐다.

두 가지 이슈는 외국기업의 상장이 처음 있었던 2006년부터 상호 견제와 균형 속에 제시됐던 것이다.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로 생각해 보면 자본시장의 세계화를 위해 열린 마음을 가지되 외국기업이기에 발생하는 위험요소를 국내 상장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여기에 덧붙여 투명한 법률 기반이 자본시장의 세계화에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 업무는 외국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를 대상으로 국내 법률과 거래소 등 관련 기관의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안마다 국내법과 외국법 중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 병행해 적용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자본시장 참여자 중 일부는 아직도 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보인다. 상위 법령에서 외국 상장기업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정한 불필요한 행정적 의무를 국내 상장 외국기업에 부과하거나 원천징수 하지 않아도 될 외국투자자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원천징수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업무에 차질이 발생한 경험이 있다. 외국기업에 대한 국내 상법의 적용과 같은 부분에서 법률적 견해를 제시해도 관련 기관이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사유로 국내 기업과 동일하게 규제를 적용하는 것만을 고수한 탓이다. 최근에는 그로 인한 낭비를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아예 법무부 관련 부서의 유권해석을 미리 받아 관련 기관에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국내 자본시장에 참여한 외국기업들은 외국기업이라는 사유로 한국 자본시장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지, 또는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법률에 따른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과 불신을 가지게 된다. 국내 자본시장에 참여하려는 외국기업들에는 우리 자본시장의 상장 관련 법적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은 것 인식하는 계기가 돼 국내 상장을 꺼리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이 발표한 2014년도 경제 분야 세계화 지수의 상위국가인 싱가포르와 아일랜드, 룩셈부르크의 경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수요자 친화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많은 해외 참여자들을 유치하고 있고, 또 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 등 자본시장의 세계화가 이뤄지려면 규제자 관점이 아니라 그 수요자인 외국기업의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하고 안정된 법적, 제도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자본시장 참여자 모두가 외국기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정립해 우리 자본시장을 찾는 외국기업들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제도가 현실화된다면 외국기업의 상장 유치 활성화와 외국기업의 국내 규제 이해도 부족으로 발생하는 투자자 피해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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