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정보기술(IT) 직원들이 작업 도중 내부채널과 외부를 연결하는 중계 운영(IBM) 파일이 삭제된 것으로 보고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 금융감독당국까지 나서 사태 파악에 나섰다.
고객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다. 현재 전산망 오류로 전면 중단됐던 농협의 금융서비스 중 창구 입·출금 등 일부 거래는 13일 낮 12시35분을 기점으로 재개됐지만 여전히 타행에서 농협 계좌로의 입출금, 체크카드 결제 등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고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보상 문제도 논란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농협 관계자는 "아직 고객들의 피해 규모를 집계할 상황은 아니지만 여러형태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피해가 확실하다면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 사실을 고객들이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해보상 과정에서 법정다툼까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농협은 금융기획부 내에 `고객피해접수센터`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측은 단계적 복구 작업을 통해 오늘 중 시스템 복구를 완료해 모든 거래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인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농협은 서울 양재와 경기도 안성 등 2곳에 전산센터를 두고 있다. 이중 양재에 위치한 IBM서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통상적으로 2~3중의 백업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중계시스템 에러로 백업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자가 실수했거나 고의로 전산망을 마비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농협 측은 직원 실수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고의성에 대해선 일단 부인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부자가 일부러 그런 짓을 할리는 없다"고 말했다. 농협은 자체적으로 이 같은 의혹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외부 수사기관 등과 협력해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 고객들 "황당하다"..금융당국도 `촉각` 고객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의 전산장애가 수시간 내 해결되는 게 통상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의 전산망이 장시간 마비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 측이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고객들의 불신은 계속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IT 인력과 담당 RM 검사역 3명을 농협에 파견했다. 우선 전산망 복구를 지원하되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사를 통해 원인 규명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이데일리 기자와 만나 농협의 전산장애 등 금융전산사고와 관련, "고객의 정보보호는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