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12일 채권시장도 큰 혼란을 경험했다. 국회 표결을 앞두고 외국인 선물매수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가미되며 낙폭을 확대하던 수익률은 오후들어 낙폭을 크게 줄였다.
정국불안으로 경제가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지고 주가와 원화가치가 폭락하는 현상이 벌어지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은 수혜를 받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신용이 흔들리고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오후에는 분위기가 급격히 돌아섰다.
최근 장중 거의 정체양상을 보이던 수익률은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다. 지표채권인 국고채3년물 4-1호 수익률은 이날 장중 전날보다 10bp 떨어진 4.50%까지 호가를 낮췄다. 그러나 오후에는 낙폭을 크게 줄여 전날보다 3bp 내린 4.57에서 마감했다.
경과물인 국고채3년물은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수를 등에 업고 오전에 4.44%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역시 오후들어 낙폭은 축소됐고 4.52%에서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5년물 4-2호는 4.88%로 전날보다 3bp 하락했고 경과물인 3-6호는 4.75%까지 하락하다 4.83%으로 올라섰다. 통안채2년물은 2bp 떨어진 4.48%에서 멈췄다. 통안채1년물은 4.26%로 보합을 기록했다.
장내 채권시장에서는 약 1조6000억원 가량의 거래가 이루어진 가운데 국고3년 3-5호가 5200억원어치, 지표채권인 4-1호가 5000억원 가량 거래됐다. 국고5년 4-2호는 3200억원, 경과물 3-6호는 1000억원 가량 손바뀜을 보였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채3년물이 3bp 떨어진 4.57%, 국고채5년물이 3bp 하락한 4.88%였다. 통안채는 2년물이 2bp 내린 4.48%, 1년물이 1bp 떨어진 4.25%를 기록했다. 회사채3년물은 AA-가 3bp 하락한 5.35%, BBB-가 2bp 내린 9.83%였다.
◇오전엔 외국인, 오후엔 탄핵정국
정국이 어지럽자 금리도 어지럽게 움직였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채권시장 참가자들도 당장 어떻게 반응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표결후 가결이 선포되는 순간까지 채권시장은 아예 텅빈 듯 거래가 없었다. 모두들 TV를 보며 탄핵정국의 여파를 주목하는 모습.
오전 시장의 주역은 단연 외국인이었다. 전날 사상 최대규모의 국채선물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이날도 순매수를 지속하며 선물가격을 끌어올렸고 현물시장도 따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자 시장은 일단 "단기 또는 중기적 호재"로 인식했다. 주식이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것에서 보든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극에 달할 것이고 이는 채권에 우호적인 변화로 판단됐다.
그러나 오후들어 상황은 급반전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국가신용에 깊은 상처가 생겨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상황 점검반을 구성해 시장불안이 현실로 다가올 경우 대비하는 한편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물 기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동안 현물시장에서 대규모 매수를 쌓아오던 증권사들은 금리가 반등하자 손절 물량을 풀었고 이는 금리의 낙폭 축소를 부추겼다.
◇안개속 정국, 채권시장도 혼미
채권시장도 앞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수급이나 절대금리 등 그동안 시장의 열쇠를 쥐고 있던 단서들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탄핵안 통과가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부채질할 것"이란 반응에서 "국가신용을 흔들어 우호적으로 볼 수 없다"는 상반된 얘기가 공존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정국불안이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경우 환율이 급등한 틈을 타 외국인들이 절호의 매수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의 김일구 연구윈원은 "단순히 안전자산 선호로 직결될 수 만은 없다"며 "컨트리 리스크가 부각되며 환율이 급등할 경우 외국인들의 아비트러지 거래에서 막대한 손실이 날 수 있고, 자금 유출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홍콩시장에서는 한국물 외평채 가산금리가 10년물 기준 5bp 속등하고 한국물 기피현상이 벌어졌다.
은행의 한 딜러는 "월요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량 매도하게 된다면 탄핵정국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벌어지기 보다는 시스템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채권값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