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헝다, 채권 발행 금지에 주가 폭락…부동산 우려 심화

헝다 "당국 채권 발행 요건 충족 못 해"
25일 홍콩증시서 주가 20% 이상 떨어져
채권단회의 연기…구조조정 계획 차질 불가피
  • 등록 2023-09-25 오후 3:41:03

    수정 2023-09-25 오후 7:25:52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신규 채권 발행이 금지됐다. 파산 위기에 놓인 헝다의 구조조정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에 중국 부동산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국 헝다그룹. (사진=AFP)


25일 오후 1시 28분(현지시간) 현재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헝다그룹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2.73% 하락한 0.42홍콩달러(약 71.7원)에 거래되고 있다.

헝다는 전날 자회사 헝다부동산이 정보 공시 위반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신규 채권을 발행 자격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에 헝다의 채무 구조조정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 3월 헝다는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10~12년 만기의 새 채권으로 전환하는 등의 채무 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헝다는 이달 25~26일 예정됐던 317억달러(약 42조4000억원) 규모의 역외채권 재조정을 위한 채권단 회의도 다시 연기했다. 지난 16일에는 헝다금융재부관리의 임원이 사기 혐의로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스티븐 렁 싱가포르대화은행 홍콩 영업이사는 “부채 구조조정계획이 정체돼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부채를 상장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다른 선택지도 실행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헝다의 신규 채권 발행이 금지되면서 중국 부동산에 대한 우려는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중국 당국의 주택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는 안도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말 무주택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자 이달 들어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중국 전역에는 여전히 미분양 주택이 넘쳐나는 상태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중국의 미분양 주택 연면적은 6억4800만㎡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평균 주택 면적인 90㎡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미분양 주택이 720만채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허컹 전 중국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최근 “중국 인구 14억명으로도 전국에 흩어진 빈 아파트를 채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부동산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다양한 지원 조치에도 불구하고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 개발업체의 위기는 주택 구매자들의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디폴트 상태였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판하이그룹(차이나오션와이드홀딩스)은 이날 버뮤다 법원이 회사 청산을 명령하고 공동 임시 청산인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또다른 부동산 개발업체 오원부동산도 이날 주식 거래를 재개했으나 주가가 70% 이상 폭락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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