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플랩백 가장 비싼 나라”..韓 호갱 덕에 웃는 명품브랜드

<명품공화국의 민낯>③
샤넬·루이비통 코로나 이후 8번 가격 인상
샤넬 클래식 플랩백 65%·루이비통 카퓌신MM 50% 인상
샤넬, 매출 감소에도 영업익 늘어..가격 인상 수익성↑
GDP 상위 10개국 중 한국 제품 가격 가장 높아
  • 등록 2022-03-23 오후 2:00:00

    수정 2022-04-17 오후 5:47:53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해외 명품 브랜드가 코로나19 전후로 주요 제품 국내 판매 가격을 평균 50% 인상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 명품 수요가 늘어난 틈을 타 가격 조정으로 매출을 끌어올린 셈이다. 잇단 가격 인상에도 불매는커녕 구매 경쟁에 몸을 싣는 소비자들로 인해 한국이 명품 브랜드의 먹잇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22일 현대백화점 본점(압구정점) 앞 샤넬 오픈런 대기줄. 이날 백화점 앞에는 약 90명의 인파가 개점 시간 전에 몰렸다.(사진=백주아 기자)
23일 이데일리가 주요 명품 브랜드 제품 가격 흐름을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브랜드는 샤넬이다.

샤넬의 대표 제품 클래식 플랩백(미디움) 가격은 1180만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715만원) 대비 65% 올랐다. 샤넬은 코로나19 이후 총 8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과거에도 3~4개월 주기로 가격을 올려왔지만 인상폭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코로나19 이후 2020년 5월(18.3%), 2021년 7월(12.4%), 11월(15.7%) 등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였다.

▲샤넬 클래식 플랩 백. (사진=샤넬 공식홈페이지 캡처)
루이비통의 인상률도 만만치 않다. 루이비통이 에르메스를 겨냥해 내놓은 ‘카퓌신MM’ 제품 가격은 코로나 전(616만원)에서 현재 922만원으로 50% 올랐다. 루이비통도 코로나19 이후 총 8번 가격을 올렸다. 크리스찬 디올은 코로나 기간 동안 3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디올의 클래식 제품인 레이디백 라지백은 지난 2019년 말 620만원에서 현재 840만원으로 32.5% 인상됐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가격 인상 이유로 제작비, 원재료가 상승, 환율 변동 등의 요인을 꼽지만 실적을 높이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샤넬코리아의 지난 2020년 매출은 9295억원으로 전년(1조638억원) 대비 12.6%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1491억원으로 전년(1109억원) 대비 34% 늘어났다. 매출 감소에도 영업익이 늘어난 건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에르메스코리아의 매출이 41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영업익은 1333억원으로 15.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샤넬이 잇단 가격 인상으로 거둔 수익을 유추할 수 있다. 에르메스는 매해 초 1회 가격을 올린다.

▲샤넬 루이비통 디올 주요 제품 가격 인상. (표=문승용 기자)
특히 명품과 같은 사치재는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덜 하다. 일반 소비재와 비교해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인 만큼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폭도 적다.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거나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이득’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화하면서 소비자들은 비싸다고 욕을 하면서도 치열한 구매 경쟁을 벌인다.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 국내 소비자는 ‘봉’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동아일보 의뢰로 한국경제연구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명품 가격 국제 비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샤넬 클래식 플랩백 가격(지난 1월31일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1~10위 국가 중 한국(10위)이 가장 높았다.

다만 최근 샤넬은 리셀(resell·재판매) 족이 사는 브랜드로 낙인찍히며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잇단 가격 인상으로 오픈런 현상이 심화했지만 기존 VIP들의 샤넬 기피가 이어지면서 구매 경쟁은 다소 완화됐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실시한 ‘부티크 경험 보호 정책’을 시행 이후 부티크 방문객이 약 30% 감소했다”며 “이 수치는 부티크 상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국가별 가격 차이는 본사의 조화로운 가격 정책에 따라 유로 가격의 허용 오차 범위 약 10%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명품 브랜드가 공급 정책을 세부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본사 측이 한국 시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일어나는 광경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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