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데일리 김미희 기자] ‘싸움닭’, ‘불독’, ‘사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별칭이었다. 그가 내뱉는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 거침없는 행보가 담겨 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에서 경기지사로 체급은 높였지만, 몸을 바짝 낮춘 모습을 줄 곧 보여왔다.
이랬던 그의 정치행보가 심상치 않다. 친형 강제입원과 검사사칭,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혐의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이 지사가 1심서 무죄 선고 후, 중앙정치무대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벼랑끝에 내몰렸던 그가 다시 차기 대선주자로 시동을 걸고 있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에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1심서 무죄선고 후 첫 국회방문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국회 출입기자들과 만찬 간담회도 진행하려했으나, 헝가리 유람선 침몰참사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자신의 1심 재판과정에서 법원에 탄원서를 내준 같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01명과 도의원, 도내 시장·군수에게 전화 혹은 대면을 통해 감사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본격 정치활동 가속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도가 사업시행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협의에 난항을 겪는 경기도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사업 강행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도는 복지부가 사회보험과의 관계 등으로 볼 때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 3월 26일 사업 내용을 보완해 다시 제출해달라고 요청하자 지난 10일 보완 자료를 제출하며 재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경기도가 보건복지부와 재협의가 결렬될 경우 사업시행을 검토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힌 것이다.
의료단체의 지속적인 반발에 부딪히면서도 이 지사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추진했다. 도는 지난해 10월에는 안성의료원에 시범 설치·운영을 시작했다. 이달부터 경기도립의료원 6곳에 확대·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노동분야에서 이 지사가 친노동 행보를 보이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지난달 노동국 등을 단독국으로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경제와 노동 업무 가운데 노동 업무를 분리해 단독으로 노동국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도와 민주노총 사이 노정교섭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진행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22일 민주노총 경기본부와 노정교섭 협력 선언식을 가졌다. 도가 민주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한 것은 개청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사 자신을 짓눌렀던 압박에서 벗어났지만 정치행보에 우려섞인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1심에서 무죄선고로 기사회생은 했지만, 항소심과 상고심 등 재판 일정이 남아있어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사건은 1심 6개월 이내, 2·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어 경기도지사직을 포함한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은 오는 11월쯤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