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25일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한다며 광주고등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14년 전인 지난 1996년에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사형제에 합헌을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2명 더 늘었다.
합헌 의견을 낸 이강국 소장, 이공현, 민형기, 이동흡, 송두환 등 5명의 재판관은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이 스스로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라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공익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다수의 무고한 생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사형이 선고되는 한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정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형제가 '전부 위헌'이라고 판단한 김희옥, 김종대, 목영준 재판관 등 3명은 "사형제가 생명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부 위헌'이라고 본 조대현 재판관의 경우 "'비상계엄 하에선 사형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합헌"이라고 봤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선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며 결과적으로 위헌 결정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합헌 내용 중에 사형 대상 범죄 조항을 축소하거나 사형제 폐지 여부를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들어 있어 사형제 존폐 여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노희범 헌재 공보관은 "이번 결정은 사형제의 존폐와는 무관한 판단이고 존폐 여부 자체는 입법 판단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헌재의 결정으로 사형제가 유지되긴 하겠지만 결국 헌재가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국회에 사형제 폐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사형제를 개선하거나 폐지하는 쪽으로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 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사형제 폐지 법안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사형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변경하고 현재 사형수의 형량은 종신형으로 고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함께 심판대에 오른 현행 무기징역형제도 역시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