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범죄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면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개정안은 마약범죄 대응 능력을 대폭 약화시키고 상황 악화를 부추길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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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데일리가 만난 검찰 고위관계자는 대법원이 내놓은 개정안에 대해 “수사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조치”라며 “피의자 인권 보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관계자들은 개정안 중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 집행 방법 제한’은 마약범죄 수사를 사실상 못하게 하는 규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압수·수색영장 청구 시 전자정보 검색에 사용할 ‘검색어’를 미리 정해서 제출해야만 한다.
그동안 검찰이 파악한 마약·판매상을 지칭하는 은어 중엔 ‘케이’ ‘코코아’ ‘보약’ ‘구찌’ ‘술왕’ ‘통술’ ‘뻐꾸기’ ‘후리’ ‘예술’ 등이 있다. 이들 은어는 정해진 규칙 없이 개인이 마음대로 만들며 수시로 변한다.
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관계자는 “‘마약 팝니다’ ‘마약 삽니다’고 당당하게 걸어놓는 범죄자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들 다양한 은어를 사전에 정확하게 파악해서 압수수색 전에 영장에 적어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검찰은 마약을 ‘사탕’이라고 부르는 조직의 정보를 입수하고 ‘사탕’을 검색어로 수색을 펼치겠다는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수사에 돌입한 결과 조직이 마약을 ‘사탕’이 아닌 ‘별사탕’이라고 부르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검찰은 ‘별사탕’이라는 검색어를 사용해 전자정보를 수색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들 조직이 ‘사탕수수’라는 은어로 또 다른 마약을 거래한 사실을 포착해도 ‘사탕수수’라는 검색어를 사용해 전자정보를 수색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검찰은 ‘별사탕’ ‘사탕수수’라는 검색어로 수사하겠다는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받아야 하며, 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조직원들은 증거를 숨기고 도주할 위험이 크다.
관계자는 “만약 검찰이 영장을 새로 받지 않은 채 ‘별사탕’ ‘사탕수수’ 검색어를 사용해 범죄자들을 잡으면 오히려 변호인 측은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증거수집’이라고 맞설 것”이라며 “실제로 증거 능력을 상실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만큼 검찰 수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몰래, 빠르게 수색해야 물증 얻는데…압수·수색 전에 대면?”
아울러 압수수색 참여권 보장 대상으로 ‘피의자,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를 명시한 개정안은 피의자가 압수·수색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 증거인멸·도망 위험을 높이고, 간첩 사건처럼 장기간에 걸친 증거수집이 필요한 수사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 관계자는 “마약범죄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수사하면 100% 실패한다. 은밀하고 신속한 수사로 반드시 물적증거를 확보해야만 한다”며 “마약하는 사람들의 진술은 대부분 일관성과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법원은 수사기관의 ‘편의’보다 인권 보호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수사 편의는 단순히 검찰이 일을 쉽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범죄행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잡아내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개정안이 불러오는 문제점들은 비단 마약범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범죄 수사에도 적용되는 문제”라며 “실제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함부로 만들어진 규정은 우리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