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풍자도 거침없이…웃음 가득 'B급 뮤지컬'의 귀환

[리뷰]뮤지컬 ''난쟁이들''
백설공주·인어공주 등 유명 동화 패러디
동화 통해 계급·욕망 찌든 현실 풍자
웃음 속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 전해
  • 등록 2022-02-18 오후 4:01:35

    수정 2022-02-18 오후 4:01:35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너,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재작년 인간 세상으로 떠난 스머프 형님 얘기 못 들었어? 집값이 갑자기 폭등해 내 집은 커녕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원금은 갚지도 못하고 이자만 갚고, 또 갚다가 ‘펑’하고 터져 죽어버렸잖아.”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난쟁이들’의 한 장면. 주인공인 두 난쟁이 찰리와 빅의 촌철살인 대사가 귀에 콕콕 박힌다. 특히 최근 한국사회 이슈를 반영한 부동산 풍자 대사가 등장하자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난쟁이들의 우스꽝스러운 소동을 보는 동안 현실의 답답함은 잠시나마 사라진다.

뮤지컬 ‘난쟁이들’의 한 장면(사진=㈜랑)
‘난쟁이들’은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등 동화를 패러디한 코미디 뮤지컬로 2015년 초연했다. 익숙한 동화를 파격적으로 비틀고, 여기에 재기발랄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2017~2018년 세 번째 시즌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약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은 공연제작사 랑의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왕자와 공주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이뤄지는 동화 나라에서 매일 보석을 캐며 살고 있는 난쟁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열심히 벌어도 답답한 현실은 난쟁이도 사람도 마찬가지. 어느 날, 새로운 동화의 주인공을 찾기 위한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난쟁이 찰리는 공주를 만나겠다며 모험을 결심한다. 오래 전 백설공주와 함께 지냈던 늙은 난쟁이 빅이 찰리의 모험에 동참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시즌 공연에서도 ‘B급 코미디’라는 평가를 받은 것처럼 이번 공연 또한 제대로 작정하고 관객을 웃긴다. “나처럼 살지 말라”고 애원하는 찰리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영상, “돈을 쓰면 마법이 일어난다”는 마녀, 양 손을 들고 말을 탄 모습으로 등장하는 느끼한 3명의 왕자 등 무대 구성과 캐릭터 등 하나 같이 코믹한 요소가 가득 베어 있다. ‘끼리끼리’를 비롯한 주요 넘버들도 대중가요처럼 듣기 편한 구성으로 신선함을 더한다. 무릎을 굽힌 채 연기를 하다 마녀의 마법으로 인간으로 변신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난쟁이 역 배우들의 ‘반전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뮤지컬 ‘난쟁이들’의 한 장면(사진=㈜랑)
동화로 포장돼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현실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 공주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그렇다. 백설공주는 성적인 욕망에 충실하고, 인어공주는 순수하다 못해 순박하며, 신데렐라는 부와 허영에 빠진 속물에 가깝다. 작품은 동화이기에 노골적일 수 있는 계급 관계와 욕망을 통해 현실 세계를 은유하고 풍자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동화를 빌려 계급과 욕망에 찌든 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난쟁이들’은 어찌 보면 씁쓸한 뮤지컬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른이 뮤지컬’이라는 수식어답게 희망까지 놓지는 않는다. 계급과 욕망에 휘말리지 말고, 각자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난쟁이들’의 메시지는 어쩌면 지금 시대에 더 유효할 지 모르겠다.

기세중·최민우(찰리 역), 조풍래·류제윤·황두현(빅 역), 조윤영·정우연(인어공주 역), 문진아·한보라(백설공주 역), 서동진·김서환(신데렐라 및 왕자2 역), 영오·선한국·신창주·주민우(왕자1·3 및 마법사·마녀 역)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4월 3일까지.

뮤지컬 ‘난쟁이들’의 한 장면(사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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