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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조선화’를 아십니까?”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미술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북한미술전문가’라 불리는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가 쓴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다. 문 교수는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선전화만 있다는 것은 오해”라며 “공산주의 체제를 알리는 그림이 많지만 북한 역시 우리 동양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을 ‘반공주의자’이자 ‘예술가’라고 소개한 그는 “한반도의 문화 흐름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의 예술도 이해를 해야한다”며 “북한의 미술을 접하며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대단히 시적이고 낭만적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선화는 북한의 동양화를 말한다. 수묵채색화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수십 명이 함께 그린 대형집체화도 유화가 아닌 조선화로 주로 창작한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구소련 등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독창적으로 발전했다. 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의 조선화가들은 강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특유의 기법을 탐구해왔으며 예술적인 가치를 끌어 올렸다.
문 교수는 오는 9월에 열리는 2018광주비엔날레에서 북한 미술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주제화 전으로 4~5m에 달하는 대형집체화를 포함해 스무여 점을 공개한다. 그동안 한국에 소개된 북한의 미술품은 주로 산수화가 많았다.
그는 “북한의 체재를 선전하는 그림이라 아직 통일부의 승인이 나지 않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며 “이제는 이념을 넘어 예술로서 북한의 미술품을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