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는 밀어낸 물량에 대한 정확한 산정이 어려워 정액과징금 최고액인 5억원만 부과하긴 했지만, 현대모비스로부터 피해액 일부를 대리점에 지원하는 자진시정을 이끌어 냈다. 동시에 지속적으로 밀어내기를 지시한 당시 대표이사와 부품영업본부장을 모두 검찰 고발했다.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대리점에 거래상 지위 남용(구입강제)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함께 전호석 전 사장과 정태환 전 부품영업본부장을 검찰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과도한 매출 목표 높여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에 속한 현대모비스는 부품회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 회사다. 현대모비스는 2016년 기준 기아자동차(16.88%) 정몽구 회장(6.96%)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가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지속적으로 이익을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모비스는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매년 정비용 자동차부품 사업부문에 대해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설정한 뒤 지역 부품사업소에 할당했다. 부품사업소가 제출한 매출목표 합계보다 3.0~4.0%포인트 초과하는 수준으로 목표를 끌어올리도록 할당하고, 이에 미달할 경우에는 임직원과 사업소장으로부터 반성과 각오를 담은 각서 및 경위서를 내도록 했다.
현대모비스는 심의 과정에서 강제성이 없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밀어내기 물량 중 일부는 반품을 받기도 했고, 부품 특성상 변질 우려가 없기 때문에 대리점에 부담이 없었다는 식으로 항변했다. 남양유업 ‘갑질’의 경우 유제품 특성상 변질 문제로 대리점에 큰 피해를 입힌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현대모비스의 ‘갑’의 지위에 주목했다. 대리점은 정비용 부품시장 점유율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인 현대모비스를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희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신영호 시장감시국장은 “외형적으로 협의를 한 매출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대리점은 현대모비스에 절대 열위적인 지위가 있는 상황에서 어쩔수 없이 과도한 물량을 받은 것에 주목했다”면서 “일부 반품을 받긴 했지만 2%룰을 적용해 제한적으로 이뤄져 대리점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이미 퇴직을 하긴 했지만 당시 물량 밀어내기를 지시한 임원을 고발하면서 제재 수위를 높이는 데 공을 기울였다. 첫 현장조사에서는 당시 수뇌부에서 지시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2차조사에서 이를 확보했다. 다만 정석수 부회장이 지시한 증거도 챙겼지만, 공소시효(5년)이 지난터라 대표와 영업본부장 고발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신 국장은 “구입강제를 하는 과정에서 대리점 불만과 피해사항을 사내 감사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불구 지속적으로 물량 밀어내기를 지시했기때문에 중대한 법위반으로 보고 고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제재 별도로 자진시정하기로
심의 과정에서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불공정행위를 자진시정하는 효과도 얻기도 했다. 당초 현대모비스는 공정위 제재가 이뤄지기 전 자신시정하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은 기각됐지만 △상생기금 기존 100억 추가 출연해 이자 지원 △대리점 전산사용료 지원 △대리점 담보설정 시 신용보증기금 보증수수료 지원 등을 제재와 별개로 대리점에 상생지원하기로 했다. 심의 과정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모비스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제재와 별도로 자진해서 피해구제를 해야한다”고 누차 압박한 결과다.
현대모비스 측은 “과거에 벌어진 일로 이미 개선작업은 완료했고, 보다 투명한 거래시스템 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면서 “기존 동의의결 신청 당시 제시했던 대리점 상생기금 조성 등 상생협력 활동은 그대로 이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소송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소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