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린 증시..2008년 '데자뷰'?

'버냉키 쇼크'에다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공포 극대화
  • 등록 2013-06-25 오후 5:01:33

    수정 2013-06-25 오후 5:30:48

[이데일리 김세형 강예림 기자]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기는 커녕 갈수록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처럼 패닉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리먼사태 당시와는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지만 불안심리는 이미 금융위기 수준이다.

25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02% 떨어진 1780.63으로 마감하면서 닷새 연속 하락했다. ‘버냉키 쇼크’의 여파로 나흘간 하락한 탓에 장 초반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800선을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개장과 함께 폭락하면서 다시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중국 증시가 오후장 들어 낙폭을 확대하자 코스닥에선 아예 투매가 일어났다. 코스닥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육성 의지를 밝힌 중소·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5.44% 폭락한 480.96으로 장을 마쳤다. 22개월래 낙폭이 가장 컸다. 손절매를 버티다 못한 기관들이 코스닥 주식을 먼저 던지자 공포에 질린 개인들이 가세하면서 낙폭이 더욱 커졌다. 애꿎게도 중국 시장은 막판 당국의 개입으로 약보합으로 마감해 투자자들을 더욱 허탈하게 했다.

이제 증시의 관심은 어느덧 ‘버냉키 쇼크’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우리나라의 제1 교역국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기가 주춤하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출구전략을 언급하면서 내세운 실물경제 회복마저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간에 주식시장이 10% 넘게 급락한 만큼 이제 더 많이 빠져봐야 5% 내외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신용경색과 경기둔화 등 중국쪽 상황을 주시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당시를 떠올리는 ‘데자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예상치 못했던 리먼사태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마비 지경에 이르렀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달러가 빠져 나가면서 채권금리는 급등했고, 증시는 폭락했다. 주식시장은 연초 1897선으로 시작해 연말엔 한 때 1000선이 깨졌을 정도로 공포가 컸다.

환율과 주식은 그해 상반기부터 불안했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고환율을 용인하면서 2007년말 1000원을 밑돌던 환율이 슬금슬금 올랐고, 그 사이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센터장은 “2008년은 바닥을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 위기였다면 지금은 질서 있는 출구전략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2008년은 통제가 불가능한 시기였던 반면 지금은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센터장 역시 “지금은 경제가 구조적으로 흔들렸던 2008년 상황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면서 “다만 증시가 계속 급락하면서 2008년 짝이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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