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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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영풍(000670)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010130)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올리고 최소 매입수량 제한도 없애면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조건이 동일해졌다. 이에 따라 이제부터는 주주들이 공개매수 청약시 적용되는 세금을 두고 어느쪽에 응할지 저울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통 공개매수를 통해 실현한 이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지만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경우 양도세가 아닌 배당소득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설명서에서 “세법상 고려아연이 매수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주권을 회사에 반환하는 절차로서 주권의 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제배당에 따라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으면 양도세지만, 소각된다면 의제배당에 따라 배당세가 적용되는 것이다.
통상 개인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지방세를 포함한 22%의 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배당소득세는 기본적으로 15.4%의 세율로 양도소득세보다 낮지만 경우에 따라 최대 49.5%의 세율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
현 세법상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이하일 경우 배당수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원천징수하지만, 2000만원 이상인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되면 누진세가 적용돼 최대 49.5%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기관이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양도차익에 적용되는 세금도 늘어난다. 공개매수 양도차익은 원천징수율 0%이나 배당소득세율은 10~22.5%가 적용된다. 우리나라와 조세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라면 국내 법인세율인 22.5%가 적용되는 셈이다. 법인세를 납부하는 국내 기관은 해당 사항이 없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이날부터 주당 83만원에 최대 372만6591주(18%)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MBK파트너스·영풍도 이날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올려 오는 14일까지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했다. 청약 수량이 발행주식총수의 7%를 넘어야 매수하겠다던 최소 매수 수량 조건도 삭제했다. 양측의 공개매수 조건이 동일해진 것이다.
공개매수 진행 기간은 최 회장 측은 지난 3일부터 오는 23일까지,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14일까지다. 최대 공개매수 목표 수량은 최 회장 측이 18%(고려아연 15.5%·베인캐피탈 2.5%), MBK파트너스·영풍이 14.6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