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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겨울비가 내리던 날 찾은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의 한 채권자 집회 법정 앞. 이날 만난 개인회생 신청자들은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자영업자의 어려운 현장 목소리를 드러내 지원 필요성을 촉구한다는 기사 취지 설명에도 10명 중 9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상한 일이다. 좋은 일도 아닌 자신의 경제적 파산 문제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건 인지상정이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이들의 사연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코로나19때 장사가 잘 되다가 거리두기 해제로 외려 어려워져 폐업한 요식업자 사연, 월 25만원을 갚아야 하는데 단돈 8900원이 모자라 월별 변제금이 미납된 개인회생 신청자, 모 지방자치단체와의 구두 납품 계약을 믿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가 납품이 성사되지 않아 빚더미에 깔린 50대 전시회 설계 디자이너, 인테리어 등의 3개 사업을 시작했다가 망했다는 사연을 풀어놓으려다 채권자집회 시작 알림에 쫓겨 법정안으로 서둘러 사라져버린 자영업자…. 일일이 기사에 옮기지 못한 복잡다다한 장삼이사 사연은 경기 불황에 매출 감소와 고금리 부담에 못 이겨 무너졌다는 상투적 분석으로 포착하기 쉽지 않은 실제 바닥경제 이야기다.
곧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바뀐다. 전날 오영주 중기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머리에 남은 말은 그가 강조한 ‘중기 수출 지원’이라는 비전이 아니었다. 그나마 그가 처음부터 드러낸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말이다. 오 후보자가 중기부에서 일을 한다면 700만 자영업자 아픔이 적나라게 드러나는 회생법원을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실물경제 상황이 어떤지, 숫자로도 포착돼야 할 자영업 회생 문제가 어떤지 조금은 알 수 있어서다. 우리 모두는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 및 영업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자영업자 희생을 전제로 코로나를 극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