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 않는 성폭력 피해…디지털 성범죄로 확장

여가부 2019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 발표
성폭력 방지하려면 ‘가해자 처벌 강화’ 추진必
  • 등록 2020-05-21 오후 12:00:03

    수정 2020-05-21 오후 12:00:03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성폭력 발생 위험도가 3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 운동’ 등으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은 개선됐지만 현실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한 표정을 그려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성폭력 피해 이후…정신적 고통 여성 남성보다 3배 더

21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19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 1년 전 대비 성폭력 발생 위험 정도는 7점 척도에서 4.7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4점은 ‘그대로이다’, 7점은 ‘매우 증가했다’로 4.7점은 그대로이거나 좀 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폭력 발생 위험 정도가 ‘증가 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절반 이상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56.5%) 라고 답했다.

이 조사는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만 19세 이상 64세 이하 남녀를 대상으로 2007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조사대상을 기존 7200명(2016년)에서 1만명으로 확대했다.

성폭력 방지를 위해 중요한 정책으로 남녀 모두는 ‘가해자 처벌 강화’를 1순위로 꼽았다. 현재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외에도 △신속한 수사와 가해자 검거 △안전한 환경 조성 △가해자 교정치료를 통한 재범 방지 강화 △불법 촬영 및 유포에 한정되어 있는 처벌 대상 범위의 확대 등이 있었다.

평생 한 번이라도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경우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여성은 24.4%, 남성은 7.1%가 ‘고통을 받았다’고 답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폭력 피해 이후 정신적 고통 경험률이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성폭력 피해 경험과 정신적 고통과의 관계를 ‘성폭력 피해유형별’로 살펴본 결과(여성 응답자 기준), △강간 86.8% △강간미수 71.5% △불법촬영 60.6% △폭행과 협박을 수반한 성추행 58.1% △성희롱 47.0%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겪은 이후 여성은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34.4%), ‘가해자와 같은 성별에 대한 혐오감이 생겼다’(28.3%), ‘누군가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27.3%) 등을 복수로 답했다. 또 주변 사람으로부터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려봐야 너에게 도움되지 않는다(6.3%)’,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6.2%)’이라는 말을 듣는 등 2차 피해를 경험했다.

평생 한 번이라도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지 비율을 분석한 결과, 성추행, 강간미수, 강간 등과 같은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율은 9.6%로 2016년 조사(11%)와 비교해 1.4%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성폭력 중 성추행(폭행·협박 미수반)은 9.3%(2016년 10.7%), 강간은 0.1%(2016년 0.1%)로 집계됐다.

성폭력에서 첫 피해 연령은 모든 유형에서 19세 이상 35세 미만의 비율이 가장 높고, 성희롱, 성추행(폭행·협박 수반), 강간은 ‘아는 사람’(친인척 제외)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많으며, 불법촬영과 유포는 ‘모르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주된 발생장소는 ‘인구 밀집 상업지’(폭행·협박 수반 성추행), ‘집’(강간), ‘야외·거리·대중교통 시설 등’(불법촬영) 성폭력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였다.



늘어나는 디지털 성범죄…정신적 고통 성추행 피해보다 높아

최근 디지털 성범죄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조사 당시 ‘불법촬영 또는 유포’ 피해를 입은 비율은 0.2%였다. 3년 만에 ‘불법촬영’과 ‘유포’를 분리해 조사한 결과, 불법촬영 피해율은 0.5%, 유포 피해율은 0.2%로 나타났다.

불법촬영 피해를 입은 여성 응답자 중 60.6%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는 폭행·협박을 동반한 성추행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경험(58.1%)보다 높은 수치다.

불법촬영 피해경험은 19세 이상 35세 미만이 64.6%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19세 미만에 피해를 입은 비율은 13.4%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74.9%로 가장 높았다. 발생장소는 야외, 거리, 등산로, 산책로, 대중교통 시설 등(65.0%), 인구 밀집 상업지(24.2%), 주택가나 그 인접한 도로(7.5%) 순이었다.

불법촬영 유포 피해는 19세 이상 35세 미만이 69.3%로 가장 당했다. 19세 미만도 21.8%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불법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한 것이 49.0%로 가장 높았고, 불법촬영물의 유포 협박이 45.6%로 두 번째였다. 유포 경로는 카카오톡 등 즉각 쪽지창(인스턴트메신저 55.2%), 트위터·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38.5%), 블로그(33.1%) 순이었다. 90% 이상이 촬영 당시 동의를 받고 촬영했더라도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하면 처벌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이정옥 장관은 “최근 정보통신 기술 발달과 함께 악질적 범죄수법의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며 가해자 처벌 등 관련 법·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성폭력 근절에 대한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관계부처와 함께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피해자 관점에서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등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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