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이 뭐길래'..제약업계, 불안감 확산

국세청, 상품권 소명 못한 업체 대상 실사 착수
제약사들, 상품권 사용처 소명 요구에 속앓이
"동화약품 리베이트 사건 후폭풍 우려" 고민
  • 등록 2014-12-08 오후 3:44:50

    수정 2014-12-08 오후 3:44:5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업계에 ‘상품권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리베이트용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품권의 사용내역을 제약업계에 소명하라며 압박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가 난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동화약품(000020) 리베이트 사태가 터지면서 제약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국세청 상품권 사용처 요구·동화약품 리베이트 사건에 불안감 확산

8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 일부 제약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상품권 사용처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이 상품권 사용처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최근 제약사 100여곳에 최근 4년 동안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 사용처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제약사가 상품권 사용에 대한 회계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점검하겠다는 의도다.

국세청은 자료제출기한 내 사용처를 소명하지 않으면 상품권 구매액을 손금불산입하고 대표자의 상여로 받은 것으로 처분한다고 덧붙였다. 제약사가 만약 상품권을 받은 명단을 밝히지 못하면 상품권 금액에 소득세 최고세율인 38%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당초 국세청은 11월25일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상당수 업체들은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못한 상태다.

상품권 구매 내역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의사나 약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 목적으로 건넨 상품권을 사실대로 밝힐 수 없다는 고민에서다. 제약사들은 거래처 접대 목적으로 상품권을 사용하고도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등의 항목에 계상하는 수법을 사용해왔던 게 사실이다.

국세청은 제약사들이 구매한 상품권 내역도 통보했는데, 지난 4년간 구매한 상품권이 100억원을 넘는 업체들도 비일비재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세청에 제출하는 자료를 거짓으로 작성하다 적발되면 어떤 불이익이 발생할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지난 7일 검찰이 발표한 동화약품이 상품권을 리베이트의 주요 도구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약사들은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의 상품권 사용처 소명 요구가 그동안 숨겨왔던 리베이트 관행이 드러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제약사들, 상품권을 리베이트 도구로 선호..먼저 주거나 나중에 주거나

상품권은 제약사들이 전통적으로 리베이트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돼왔다.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 현금과 같은 용도로 의사들에게 제공됐다. 영업사원이 현금을 조성하는 비자금 용도로도 사용됐다.

상품권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의사들에게는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 바 ‘상품권깡’이 이용됐다. 상품권은 사용 범위가 제한적인 구두상품권이나 백화점상품권보다는 주유권과 같이 활용도가 많은 제품이 선호된다. 수요가 많은 상품권일수록 현금으로 바꿀 때 차감하는 수수료도 낮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 제약사 영업사원은 “의사가 1000만원을 요구하고, 상품권을 비공식 경로로 현금으로 바꿀때 수수료가 5%일 경우, 법인카드로 상품권 1053만원어치를 구매한 이후 현금으로 바꾸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상품권을 건네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처방금액의 일정 비율을 상품권으로 제공하는 ‘후불제’와 제약사와 의료인간의 사전 계약에 따라 처방이 이뤄지기 전에 상품권을 제공하는 ‘선지원’으로 구분된다. 후불제는 통상 한달 단위로 의사가 처방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제공하는 수법이다. 의사와 제약사간의 비공식 문서를 통해 ‘매달 얼마 이상을 처방할 경우 처방금액의 몇%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한다.

선지원 방식은 후불제로 제공했던 리베이트를 처방이 이뤄지기 전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제약사의 의약품을 1년 동안 매달 100만원어치 처방해주기로 약속하고 그 대가로 20%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로 계약을 맺을 경우 매달 240만원(20만원x12개월) 상당을 제약사가 의사에게 미리 증정한다.

최근에는 상품권이 주요 리베이트 도구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상품권 사용을 꺼리는 추세다. 이번에 적발된 동화약품은 상품권 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월세를 대신 내주거나 영업대행사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리베이트 도구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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