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 노렸건만..김 빠진 단골 수혜株

하림·하이트진로·SBS 등 월드컵 수혜株..일제히 주가 부진
"소비침체·경기시간 등으로 수혜 미미..옥석가려야"
  • 등록 2014-06-17 오후 3:48:14

    수정 2014-06-17 오후 6:40:30

[이데일리 오희나 김대웅 기자] 지난 13일 개막한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이지만, ‘월드컵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일제히 울상이다. 월드컵 수혜주로 꼽히던 종목들이 예상과 달리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사실상 투자 실패로 결론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하림홀딩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1.36% 내린 5090원을 기록했다. 전일 4% 넘게 내린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간 것. 하림(136480)은 최근 이틀 사이 8% 넘게 급락한 데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에 소폭 오름세를 기록했지만 위축된 투자심리 탓에 반등 폭은 제한적이었다. 닭고기 관련주인 마니커와 동우도 유사한 흐름을 이어갔다.

맥주 수요와 관련해 기대를 모았던 하이트진로(000080)도 계속해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의 공식 파트너로 참가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혜도 예상됐지만, 환율 우려가 기대감을 누르면서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으로 인해 광고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SBS의 경우 주가가 연일 하락하며 오히려 신저가로 추락한 상태다.

이처럼 스포츠 이벤트의 단골 수혜주들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영 맥을 못추자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과의 시차로 인한 애매한 경기 시간대와 세월호 참사 여파 등으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SBS(034120)의 경우 2010년 남아공 올림픽을 독점 중계했지만 이번에는 방송 3사가 모두 월드컵을 중계하면서 효과가 반감했다는 평이다.

특히 육계(肉鷄)주는 돌발 악재가 발생하며 주가가 급락세로 전환한 경우다. 육계주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닭고기 관련주들은 월드컵이라는 이벤트에 따라 닭고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양호한 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과의 시차에 따라 닭고기 수요가 의미있는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AI라는 악재가 터지며 줄줄이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14일 강원도 횡성군의 한 거위 농가에서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발견돼 해당 농가의 거위 969마리와 발생 농가 반경 500m 내에 있는 양계농가의 닭 20마리를 살처분했다. 이어 전남 무안군의 육용오리 농장에서도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고, 닭고기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이 4년마다 돌아오는 대형 호재지만 올해는 소비를 진작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윤 동양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월드컵은 글로벌 대규모 행사지만 시차와 국내 특수상황으로 인해 소비진작을 통한 관련 수혜주들의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세월호의 영향으로 인한 소비침체 등으로 대기업들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월드컵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공식파트너로 참가한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홍보효과로 인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후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하지만 코스닥 개별종목들은 월드컵 이벤트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여 투자에 나설때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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