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의 여든을 넘긴 연로한 아버지가 70년 간 사과 농사로 번 5억원을 아들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만들기 위해 선뜻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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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기범 소방교의 부친인 김경수(83)씨는 아들을 평생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 김기범 소방교는 자신의 살가운 외아들이었다. 유일한 피붙이를 안타깝게 잃은 김경수 씨는 늘 아들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러나 평범한 일반인이 장학재단을 만들기란 여간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손 회장은 이에 몇 달 전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편지를 보내 ‘아들의 이름으로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김 씨의 뜻을 전했다. 남 청장은 흔쾌히 김경수 씨와 손 회장을 세종정부청사로 불러 장학기금 조성을 위해 담당 공무원을 소개해 줬다.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은 이렇게 탄생했다.
소방청은 이날 기탁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을 매년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와 군위군전몰군경유족회 후손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기탁식 행사에는 손 회장 및 회원과 고 김기범 소방교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 고 김기범 소방교와 같이 출동했던 고 이국희 소방위의 아들 이기웅 소방령이 참석해 김경수 씨의 고귀한 뜻을 함께 축하했다. 대구소방본부는 김경수씨의 훌륭한 뜻에 대한 보답으로 그를 대구소방본부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김경수 씨는 이날 행사에서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마련돼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