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신조어, 붓글씨로 배워...○가능"[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

'쌉~', '개~'와 마찬가지로 접두어처럼 쓰여 '완전'이라는 강조의 의미
쌉가능(완전히 가능), 쌉인정(완전 인정), 쌉소름(완전 소름)
'개~', 저속한 뉘앙스 탓 지양 분위기에 대체어로 자주 쓰여
  • 등록 2023-02-22 오후 3:23:09

    수정 2023-02-22 오후 3:23:09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화면 캡처.
◎다음 < > 속 짧은 상황에서 ○안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음절은 무엇일까?

<정모와 종용은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캐나다 토론토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리모컨이 멈췄다. 정모가 “역시 수도는 어디든 복잡하네”라고 말한다. 그러자 종용은 “토론토 캐나다 수도 아니야. 수도는 오타와 일걸?”이라고 대답한다. 동시에 자신의 휴대폰으로 포털에 접속하더니 ‘캐나다 수도’를 검색해 ‘오타와’를 찾아낸다.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정모에게 들이밀면서 종용은 이렇게 외친다. ○인정?>

1)쿨 2)쌉 3)삵 4)상

정답은 2번 ‘쌉’이다.

‘쌉(SSAP)’은 접두어처럼 쓰이는 신조어로 ‘완전’이라는 강조의 의미를 뒤에 나오는 단어에 부여한다. 비슷한 발음을 지닌 비속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부정적 의미보다는 긍정적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같은 뜻과 용례를 가진 말로는 ‘행실이 형편없는 사람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을 뜻하는 ‘개’가 있다. 이 역시 접두어처럼 쓰여 ‘완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개’ 역시 비단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쓰지 않고 전반적인 상황에 두루 쓴다.

활용법은 다음과 같다. ‘쌉’ 뒤에는 명사뿐 아니라 형용사, 부사 등 다양한 품사가 올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 중엔 ‘쌉가능(하다)’이라는 표현이 있다. ‘할 수 있다’는 의미의 ‘가능(하다)’에 ‘완전’의 의미를 첨가하는 ‘쌉’을 붙여 ‘완전히(매우) 가능하다’, ‘아주 쉽게 가능하다’ 정도의 의미가 된다. ‘가능’을 영어 형용사 표현으로 바꿔 ‘쌉파서블(possible)’이나 ‘쌉에이블(able)’로 쓰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활용해 ‘쌉인정’은 ‘완전 인정’이라는 뜻으로, 어떤 상황을 완벽히 수긍할 때 쓰는 표현이다. ‘쌉소름’은 ‘완전 소름’이라는 뜻으로, 매우 놀랄 만한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이득’은 ‘완전 이득’, ‘개신나’는 ‘매우 신나’, ‘개슬퍼’는 ‘너무 슬퍼’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개’의 실제 의미와는 상관없이 해당 표현이 욕설에 자주 사용되는 저속한 표현이다 보니 요즘은 아주 편한 사이가 아닌 이상 서로 조금 지양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과거 방송인 전현무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적절한 신조어를 생각해 내지 못해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개그우먼 박나래가 “전현무 씨가 젊은 세대랑 소통하려고 서당에서 신조어를 배운다”라며 전현무를 놀렸다. 이에 전현무는 “붓글씨로 배운다. ‘쌉가능’”이라고 받아쳐 촬영장을 웃음으로 초토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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