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로 코인시장 성숙…韓정부, 거래소와 머리 맞대야”

글로벌 기업 체이널리시스 창업자 레빈 첫 공동인터뷰
“과거 주식처럼 코인 시장도 리스크 관리 배우는 중”
“美 하반기 규제 마련되면 코인 시장에 큰 압박 전망”
“韓 정부, 코인시장 규제 만들 때 민관 머리 맞대야”
  • 등록 2022-06-28 오후 2:16:09

    수정 2022-06-28 오후 2:16:09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가상자산 시장은 이번 사태로 리스크 관리를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점점 성숙해 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야 글로벌 분석기업인 체이널리시스의 조나단 레빈(Jonathan Levin) 공동창업자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3개 언론사와 진행한 공동인터뷰에서 ‘테라·루나 사태 파장’을 물은 이데일리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번 사태가 오히려 시장에 약(藥)이 됐다는 게 레빈 창업자의 진단이다.

2014년 체이널리스 설립 이후 창업자가 방한해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체이널리시스는 70개국에 750개 이상의 고객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5월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주도한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결과 기업 가치가 86억 달러(한화 약 11조원)로 올랐다.

앞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루나 코인은 지난달 초 10만원대에 거래됐다가 1원도 안 되는 ‘휴지 조각’이 됐다. 지난달 52조원을 기록한 루나의 시가 총액은 바닥을 찍었다. 국내 투자 피해자만 28만명만 달했다. 이에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지난 13일 국민의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석한 당정 간담회에서 자율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조나단 레빈(Jonathan Levin) 체이널리시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루나·테라 사태 파장을 물은 이데일리 질문에 “가상자산 시장이 점점 성숙해 지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체이널리시스)


레빈 창업자는 이같은 과정에 대해 “과거에 주식 시장도 리스크 관리에 취약했는데 개선한 것처럼 가상자산 시장도 리스크 관리를 배워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루나 단독 사건이 아니라 전반적인 가상자산 시장을 보여줬다”며 “시스템이 가격 변동에 얼마나 민감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규제 강화 흐름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보면)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필요하다’, ‘시장 감시가 필요하다’는 큰 압력이 있을 것”이라며 “보편적인 조세 기준이 필요하다는 압박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에 가상자산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각 기관·부처가 사안별로 최장 180일 또는 210일 내에 규제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180일을 기준으로 하면 오는 9월에 보고서가 나온다. 우리나라 국회도 올해 9월 정기국회에서 루나·테라 사태 후속대책으로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을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관련해 그는 “민간 부문과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제의 미래를 봐야 한다”며 규제 관련해 민관 합동 논의를 주문했다. 그는 “정부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다는 민간과 함께 앉아서 논의해야 한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큰 거래소와 정부가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루나 사태로 국내외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잃었다. 이번 사태가 권도형 한 명만의 실패일뿐이라고 보나. 아니면 가상자산 시장 몰락의 신호탄으로 보나.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초기 단계 증상이다.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업계 전반은 취약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지 배워가는 과정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 가격 변동 폭이 클수록 리스크 관리를 학습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과거에 주식 시장도 리스크 관리에 취약했는데 개선한 것처럼 가상자산 시장도 배워가는 중이다. 체이널리시스도 이번 사태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배워가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번 사태는 단순히 루나 단독 사건이 아니라 전반적인 가상자산 시장을 보여줬다. 시스템이 가격 변동에 얼마나 민감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시스템 내 구축한 레버리지 폭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재발 막기 위해서 체이널리시스와 같은 회사의 인사이트(시각)가 필요하다. 거래소는 업계 전반의 건전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루나와 테라USD(UST) 코인 가격이 지난 달에 불과 몇일 만에 폭락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코인마켓캡)


-한국 국세청이 과세를 위해 지갑 사용자를 찾으려고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 체이널리시스가 국세청에도 도움을 주고 있나.


△체이널리시스는 한 개인이 블록체인을 통해 했던 거래 관련 정보를 식별할 수 있다. 세금 손실을 막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가상자산법, 규제가 만들어질지 한국 정부,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상자산법이 만들어지면 가상자산 범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추가 규제로 파장이 있을 경우, (국제적으로 보면)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필요하다’, ‘시장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큰 압력이 있을 것이다. 더욱 큰 압박이 있을 것. 보편적인 조세 기준이 필요하다는 압박도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은 이미 가상자산 규제가 엄격하다. 그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법, 규제가 마련되더라도 미국 내에 커다란 파장은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의 주요 이슈는 한국과 다르다. 미국은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봐야 하는지, 증권으로 봐야 하는지 논란이 있다.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

-한국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제언하자면.


△민간 부문과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제의 미래를 봐야 한다. 정부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다는 민간과 함께 앉아서 논의해야 한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큰 거래소와 정부가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

-체이널리시스 지분 구조, 투자 유치 단계는.

△지난 5월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주도하는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이 결과 기업가치가 86억 달러(한화 약 11조원)로 올랐다. 정부 기관이 체이널리시스에 투자하고 있지 않다. 다만 싱가포르 국부펀드, 미국의 인큐텔(CIA가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이 체이널리시스에 투자하고 있다.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체이널리시스를 창업하는 등 가상자산에 관심 갖게 된 이유는
.

△2012~2013년 가상자산 회의에 많이 참석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왜 가상자산을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이 정보를 알면 큰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업계 모든 분들과 나누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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