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버리고 모국어 배우는 우크라 국민들

우크라인 3분 2 우크라어 사용, 나머지는 러시어
서부로 피난 온 동부 출신들 우크라어 배우기 '한창'
"러시아어-정치적 정체성, 무관했지만 전쟁이 바꿔"
  • 등록 2022-05-30 오후 2:51:25

    수정 2022-05-30 오후 2:51:25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도 러시아어로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폐허가 된 고향 체르니히브를 떠나 리비우에 온 안나 카챠로바(44)는 민간 자원봉사 단체 야모바가 운영하는 리비우 도서관 언어 교실에서 우크라이나어를 배우고 있다.

전쟁 후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확대되면서 고향에서 썼던 러시아어를 버리고 우크라이나어를 배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식 표준어는 우크라이나어로 국민의 3분의 2 정도가 이를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러시아어를 쓰고 있다.
(사진=AFP)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이후 리비우 등 서부 도시들에서는 우크라이나어 교실이 늘어나고 있다. 전쟁 이후 주로 러시아어를 쓰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사람들이 대거 서부 지역으로 피난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려는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언어와 정치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올가 오누치 교수는 러시아어는 정치적 정체성과 무관했지만, “이제 사람들의 생각은 바뀌고 있고 이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어 대신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것은 러시아를 무력화시키는 힘이다”라고 덧붙였다.

전쟁 전부터 러시아어 대신 우크라이나어를 쓰자는 캠페인은 이미 존재했지만 활발하진 않았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이 운동은 나타났으며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7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본인이 쓰던 러시아어 대신 우크라이나어를 익혀 사용해 캠페인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선 이후 2019년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우크라이나어 사용을 권장하는 내용의 우크라이나어 관련 법을 강화하기도 했다.

NYT는 러시아어를 그만 쓰기 위해 우크라이나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피지배의 역사에 반감을 가진 우크라이나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17세기 폴란드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직간접적인 간섭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 후 우크라이나는 독립 국가를 선언했지만, 옛 소련의 위성국가로 머물렀다.

리비우의 야딘야 언어 교실에서 우크라이나어를 배우고 있는 빅토리아 예르몰렌코는 “러시아어는 침략자의 언어이기 때문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어 사용은 내게 멋진 것으로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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