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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이임식 이후 공식 퇴임했다. 김 처장은 퇴임사에서 “아직도 미비한 것이 많은 상태에서 제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언제까지나 법이나 제도의 미비함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공수처는 일부 사건들에 있어서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면서도 “그러나 사건 수사에 있어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성과 없는 ‘빈손 퇴장’이란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공수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총 7703건의 사건을 접수했다. 이 중 6960건(90.4%)가 고소·고발 사건으로, 공수처가 설립 취지인 고위공직자 범죄를 자체 적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수사 성과도 초라하다. 지난 3년간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 사건 △공문서위조 혐의의 전직 검사 사건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등 3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 그동안 공수처가 청구한 5건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김 처장은 퇴임에 앞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제도적 한계에 따른 인력 문제를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는 “인력도 제한돼 있고 임기도 3년 연임 구조로 돼 있어 신분 불안을 야기한다”며 “여러분들이 회사를 가고 선택할 때 평생 직장이라고 선택하고 가야 일을 배우고 뿌리를 내리는 것이지 이런 구조라면 좋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법상 정원은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이다. 앞서 공수처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지난 2022년부터 국회 등에 인력 증원을 요청해왔으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 와중에 출범 당시 임용된 검사 13명 중 현재까지 총 11명이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검사의 평균 재직 기간은 1년6개월에 불과했다.
후임 처장 인선도 난항을 겪고 있다. 차기 후보 임명이 지연되면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대행에 나서지만 그의 임기 또한 오는 28일 끝난다. 여 차장 퇴임 시 김선규 수사1부 부장검사가 직무를 대행하게 되나 수장 공백에 따른 조직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강력한 리더십 필요…보완 입법 선행돼야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설립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검찰 수사권의 분산과 견제를 위해 필요한 제도로서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규모와 조직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단일 검찰 체제를 전제로 만들어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새로운 체계에서 각 기관이 협력할 수 있도록 입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공수처의 수사대상도 현행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등’에서 ‘검찰 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변호사(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은)는 “공수처를 출범시킨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이 초대 공수처장 인선과 이후 불거진 논란에 대처하지 않아 무책임하다는 국민들의 인식만 조장했다”며 “공수처의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격자를 처장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