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되돌아온 ‘유동성 청구서’…전세계 부실채권·대출 750조

블룸버그 “글로벌기업 부실채권·대출 규모 5900억달러”
중앙은행 유동성 흡수, 기업 채무불이행 사태 이어질듯
  • 등록 2023-07-19 오후 6:17:01

    수정 2023-07-19 오후 6:17:01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고금리 국면에서 맞이한 경기 침체는 기업들의 채무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시기에 풀렸던 막대한 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는데 기업들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서만 2021년 들어 부실채권·대출이 360% 급증했는데 이러한 사태가 이어지면 금융위기 때처럼 기업들이 줄도산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글로벌 기업들의 부실채권·대출의 규모가 59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약 747조원 규모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로펌인 클리어리 가틀립(Cleary Gottlieb)의 파트너인 리처드 쿠퍼와의 통화를 인용해 대규모 기업 도산이 2008년 이후 두 번째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많은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규모의 기업 부채는 지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이 대거 풀렸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부채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렸고, 당분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고위험·저신용 기업이 가진 고수익 채권과 레버리지 대출 규모는 2021년 3조달러로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유럽의 경우 2021년 투기등급채권인 정크본드 매출이 40%를 넘었는데 앞으로 해당 채권의 상환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세계 투기 등급 기업의 채무 불이행률이 올해 6월말 기준 3.8%였는데 내년에는 5.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3.7%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는 중국·유럽의 성장 부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감안할 때 금융위기 이후 광범위한 채무 불이행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미국에서는 120건 이상의 대규모 파산이 발생했다. 이중에는 대형 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SVB)도 있었다.

채무 불이행이 증가할수록 투자가들의 투자와 은행 대출은 위축될 수 있고 이는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업의 파산은 직원들의 실직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소비자 지출 등 민간 소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소비자 지출에 대한 압박은 기업 광고 감소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대응해 가장 먼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항목이 광고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최대 라디오 방송국 소유주 중 하나인 오다시(Audacy) 같은 기업의 경기 침체 여파가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다시의 내년 만기 도래 부채는 8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 부실 채권 및 대출 규모. (이미지=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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