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로봇 아니에요? 아니면 LG?”
20일 서울 용산 전자랜드를 찾은 방문객 A씨(62세)가 매장을 이리저리 누비는 로봇을 보며 한 말이다. 로봇이 분주히 오가던 공간이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 매장이었으니 이처럼 오해할 만도 하지만, 예상과 달리 KT가 만든 인공지능(AI) 방역로봇과 서비스(서빙)로봇이었다.
로봇에 적힌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KT’라는 글자를 보고 나서야 그는 손뼉을 치더니 “광고에서 본 적이 있다”며 “KT가 통신사인데 로봇도 만든다고 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
KT는 지난 16일부터 전자랜드와 협력해 용산 매장 3층에서 로봇을 팔기 시작했다. 대규모 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나 볼법한 로봇을 일반 고객들이 방문하는 기업과 고객 간 거래(B2C) 매장에서 판매까지 하는 건 이례적이다.
물론, 이곳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성인 허리춤까지 올 정도로 덩치가 큰 로봇의 가정용 판매를 노리는 것은 아니다. 당장 매출을 내기보다는 제품 전시로 KT 기술력을 과시하고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로봇에 대한 저변을 넓히고 일반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도 있다. 로봇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이 줄어들고 긍정적인 인식이 퍼져야 기업간거래(B2B) 고객들도 자사 고객들을 위해 로봇을 구매할 계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
며느리 B씨(37세)는 “사람과 감정적으로 부딪힐 일이 없어서 편할 것 같다”며 “식당에서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할 때도 마찰이 줄어들 것 같다”고 호평했다. 어린아이를 키우다 보니 ‘노키즈 존’(어린이 제한 구역)에 민감한데, 로봇이 서빙하면 매장 직원과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 노트북을 사러 온 모자도 서빙로봇을 한참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봇이 가전 매장을 오가는 게 생소한 풍경인 만큼 주변 직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전자랜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이대균(40세)씨는 “로봇이 방역도 하고 서빙도 한다고 하는데 직접 보니 신기하다”며 “만약 매장을 운영하게 되면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언급했다.
|
로봇을 지켜본 약 1시간 30분여 동안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매장에서도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로봇은 공간을 맵핑하고 장애물을 자동으로 판별해 경로를 조절한다.
실제 로봇 주행 도중 사람이 앞을 가로막으니 “길이 막혔어요. 로봇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로봇이 가는 길에 있는 장애물을 치워주시거나 로봇을 밀어서 위치를 변경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알림창에 띄워 보이더니, 앞에 사람이 사라지자 다시 입력된 경로로 주행했다.
|
이날은 판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로봇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도 일반 소비자들은 설명을 들을 순 없었다. KT에 따르면 이날부터 로봇 판매를 위한 세일즈 매니저 교육을 시작했고 판매와 상담을 전담할 직원도 곧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매장에서 만난 김선경 KT엔터프라이즈부문 융합솔루션컨설팅팀 차장은 “KT의 특장점은 로봇 서비스 플랫폼을 검증된 펌웨어와 세트로 제공한다는 점”이라며 “타사 대비 AI 음성기술, 관제역량, 출동서비스, 부가서비스 등 서비스를 입힌 로봇을 제공하고 로봇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휴대폰에서도 로봇을 관리·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