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파트·상가 1.3만채 담은 외국인

중국인은 부천·인천, 미국인은 평택·강남 매수
정부는 뒤늦게 외국인 주택 파악 나서
이재명, 외국인 토지 거래 허가제 거론
  • 등록 2022-01-11 오후 3:32:26

    수정 2022-01-11 오후 9:21:46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지난해 외국인이 아파트와 상가 등 국내 집합건물(각 부분 소유권이 분리된 건물)을 1만3000채 넘게 사들였다.

11일 이데일리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외국인이 법원에 신고한 한국 내 집합건물 매입 거래는 지난달 10일까지 1만3627건이다.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던 전년(1만4402만건)엔 못 미치지만 2010년 통계 집계 후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사진=뉴시스)
국적별로 보면 지난해 한국에서 집합건물을 사들인 외국인 중 71.7%가 중국인(9783건)이었다. 미국인(1598건)과 캐나다인(488건), 대만인(258건)이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5413건)와 인천(2592건), 서울(2014건) 등 수도권에서 매수가 가장 활발했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국적에 따라 매수세가 갈렸다. 중국인의 집합건물 매입은 수도권 서남부(경기 부천시·시흥시, 인천 부평구)에 집중됐다. 미국인은 미군기지가 있는 경기 평택시나 서울 강남 3구(강남구·송파구·서초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 주로 투자했다.

부천시 J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020년 경기도에서 외국인 토지 거래 허가제(실수요 목적이 아닌면 일정 면적이 넘는 토지나 그에 딸린 건물을 사지 못하게 하는 제도)가 시행된 데다 연말 국내 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외국인들도 숨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외국인 부동산 매집을 방관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본국 은행을 이용하면 한국 정부가 시행하는 대출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한 중국인은 주택 자금 전액을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전용면적 407㎡형짜리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89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정부도 외국인이 주택을 몇 채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도 못 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금까진 주택이 아닌 건물과 토지 단위로 외국인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에야 통계 개선 용역을 발주했다.

불만이 쌓이자 정부·여당도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거래에 이용된 자금의 불법성 여부를 감시하기로 했다”며 “한국은행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신고 현황을 매달 취합해 관세청에 전달하도록 하고 내년(2022년) 3월까지 관련 정보협력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토지 거래 허가제 카드도 만지작거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외국인이 해외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을 어떻게 막겠냐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라며 “외국인이 토지나 주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허가를 받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도입했던 외국인 토지 거래 허가제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도 체류 자격에 따라 토지 거래 자격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모든 거래를 틀어막는 건 안 되겠지만 적어도 투기성 거래는 차단해 내국인이 역차별 받는 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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