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역사 쓴 차석용 부회장, 18년만에 경영 마침표

차 부회장, 2005년 부임 후 18년간 대표이사 역임
작년까지 17년 연속 실적 성장 이끌어
30여건 M&A 통해 ‘생활용품·뷰티·음료’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중국발 위기로 올해 첫 역성장…북미사업으로 돌파구 마련
  • 등록 2022-11-24 오후 1:45:13

    수정 2022-11-24 오후 1:45:13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LG생활건강(051900)을 국내 대표 생활뷰티기업으로 키운 차석용 부회장이 퇴임한다. 올해 중국 봉쇄로 뷰티사업에서 큰 위기를 겪으면서 역성장한 데 따른 인사다.

24일 LG생활건강은 이사회를 열고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이정애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2004년 연말 인사에서 LG생활건강 CEO로 차 부회장을 선임한 후 18년 만에 대표이사 교체다. 차 부회장은 후진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용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LG생활건강)
18년간 영업이익 20배로 키운 ‘M&A 승부사’

‘인수합병(M&A)의 귀재’, ‘차석용 매직’, ‘5무 경영인’

차 부회장을 부르는 별칭은 그가 이룬 성과만큼 많다. 2004년말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성장을 기록한 덕분이다.

차 부회장은 술·담배, 골프, 회식, 의전이 없는 ‘5무(無) 경영’으로 LG생활건강의 효율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의전·식사 등 불필요한 일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퇴직임원 송별 모임과 연말 송년회를 제외하면 회식과 경조사도 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대면보고도 지양하고 메일, 메신저, 전화로 보고를 받았다.

차 부회장은 “주어진 시간에 성과를 내는 것,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 LG화학에서 생활용품 및 화장품 부문이 분사하면서 출발한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이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는 사이 그룹 내 대표 계열사로 발돋움했다.

특히 차 부회장은 생활용품 중심의 LG생활건강을 지금의 ‘생활용품·뷰티·음료’ 3대 사업 포트폴리오 체제로 구축한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는다.

차 부회장은 CEO 취임 이후 30여건의 인수·합병(M&A)을 이뤄냈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2009년 10월) △더페이스샵(2009년 11월) △한국음료(2010년 3월) △해태음료(2010년 10월)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M&A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덕분에 생활용품 1위 기업이었던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음료 부문에서도 시장 1위를 위협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최근에는 미국 화장품사 ‘뉴 에이본’과 ‘피지오겔’ 북미 사업권, 알틱폭스, 크렘샵 등을 인수하며 북미 뷰티사업을 강화했다.

1953년생인 차 부회장은 1985년 미국 P&G에 입사, 1999년 사장에 올랐다. 2001년 해태제과 사장으로 이직, 2004년까지 재임했다. 2005년부터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일하다 2012년 부회장으로 일해왔다.

18년만에 ‘역성장’…중국發 위기 직면한 LG생활건강

“2022년은 진정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이고, 동시에 경제정상화로 가는 마지막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경쟁사들이 미처 실적 회복을 하기 전에 빠르게 정상화를 한 LG생활건강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차 부회장이 예상한 것보다 LG생활건강이 맞이한 마지막 진통은 강력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LG생활건강의 실적이 차 부회장 부임 이후 18년 만에 처음 역성장한 것이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37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82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기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까지 3중고가 겹치면서 부진을 겪고 있다.

주가도 최근 1년 내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10월 140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49만원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60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신임 이정애 사장은 차 부회장의 뒤를 이어 위기의 LG생활건강의 실적 회복이라는 과제를 맡았다. 이 사장은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한 이후 37년간 생활용품, 럭셔리 화장품 사업, 음료사업 등 사업부를 거치면서 성과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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