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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은 지난 9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를 커버리지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러시아백신 ‘스푸트니크V’ 국내 위탁생산(CMO) 예정이었다.
앞서 SK증권은 지난달 22일 셀트리온(068270)의 향후 실적에서 ‘렉키로나’ 매출 전망치를 제외했다. 렉키로나는 국산 1호 코로나 치료제로, 연내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이 유력하다.
러시아백신 CMO 가치 ‘제로’ 평가
머크·화이자 알약 코로나19 치료제는 확실한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두 치료제는 코로나19 증상 발현 이후 5일간 복용했을 때 입원·사망률을 머크는 50%, 화이자는 85%까지 각각 낮춘다. 경구용 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사회·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FDA 국장을 지낸 후 화이자 이사로 재직 중인 ‘스캇 고틀리브’(Scott Gottlieb) 박사는 알약 치료제 등장으로 코로나 종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교보증권은 경구용 치료제 출시 가능성이 커져 (러시아) 백신 CMO 사업 가치가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당초 업계에선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생산실적 확인은 이르면 지난 3분기, 늦어도 4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스푸트니크V의 세계보건기구(WHO)와 EMA 승인 지연에 정식계약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러시아 백신 CMO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외에도 한국코러스, 이수앱지스(086890), 바이넥스(053030), 종근당바이오, 제테마(216080), 휴온스글로벌(084110), 휴메딕스 등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러시아 백신 CMO 컨소시엄 참여기업들의 처지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화이자·머크·로슈 경구제가 코로나 치료제 시장 점령”
국내 투자업계에서도 이 전망에 궤를 같이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렉키로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렉키로나 실적을 추정치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셀트리온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 7.9%, 내년 14.9% 각각 하향조정됐다
신한금융투자도 보고서를 통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출시 기대감으로 글로벌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사들의 향후 실적 기대감이 축소됐다”고 이같은 평가에 동참했다.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서 국산 코로나 치료제는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다”며 “특히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는 주가 부양용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일침했다.
현재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는 신풍제약(019170), 종근당(185750), 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 대웅제약(069620), 제넥신(095700). 뉴젠테라퓨틱스, 동화약품(000020), 이뮨메드, 녹십자웰빙(234690),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진원생명과학(011000) 등이다.
다만 주요 글로벌 코로나 백신 제조사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FiercePharma)는 “백신 추가 구매, 부스터 샷, 청소년으로의 백신 접종 확대, 다양한 신규 변이종 백신 등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모더나와 같은 백신 제조자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