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소버린에 `완승`.."경영책임 더 무겁다"

우호세력들 큰 도움.."지배구조 개선등 실제 노력있어야"
소버린, 내년에 "최회장 퇴진 다시 시도할 듯`
  • 등록 2004-03-12 오후 3:56:19

    수정 2004-03-12 오후 3:56:19

[edaily 김수헌기자] 12일 SK(주) 주총에서는 일단 SK측이 주주들의 표심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SK(003600)는 해외 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과의 이사선임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은 당분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한숨 돌렸다`는 정도다. SK(주)측 후보들이 모두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소버린측도 일단 주총 출석 주식수의 40% 이상을 차지해 막강한 세력을 과시했다. 기존 이사진과 최태원 회장 교체를 주장해 온 소버린 주장에 공감하는 외국인과 소액주주 등도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15.10%(의결권 기준)지분을 가진 해외펀드가 이사진 전면 교체 등과 관련, 맞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SK 현 경영진에 대한 비판세력이 만만찮았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SK의 `방어`가 SK네트웍스가 해외에 파킹했던 1000만주를 사들인 계열사와 우호세력, 또 전체 지분 중 6%를 넘는 자사주를 매입해 준 채권은행들과 국내외 거래선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SK의 승리를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일단 외국인 가운데 일부를 자사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고, 상당수 개인주주와 국내법인 대부분의 지원을 얻어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는 최근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 70%, 투명경영위원회 신설, 이사회 중심의 독립 투명경영 의지 등 SK가 보여준 전례없는 지배구조 개선의지 등이 주주들에게 먹힌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 이번 주총 승부에는 전사적 차원에서 임직원들이 대거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작전에 동원됐고, 때마침 금융권에서 일기 시작한 해외자본의 국내 금융회사 인수에 대한 부정적 시각, 이에 따른 SK 적대적 M&A논란과 `애국심 호소 등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다 `천만다행스럽게도` 소버린이 한국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펀드였고 이에따라 소버린의 `정체성`을 공격하기 쉬웠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다면 SK가 아직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불안하다. 일부 외국인들의 이탈이 있긴 했지만, 내년 주총에서 이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임기만료되는 최태원 회장 이사선임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된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SK의 승리는 참여연대가 밝힌대로 앞으로 최 회장과 SK에게 1년동안 투명경영과 독립경영을 정착시켜야 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지난해처럼 SK해운 등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있을 경우 내년은 올해보다 더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외국인 지분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55%에 달한다. SK(주)는 지난해 말 SK해운에 1430억원 자금대여 공시를 했다. 그러나 `대여"가 아니라 실제 내용은 돈을 빌려준 뒤 출자전환 하겠다는 것이었다. SK해운은 상장사도 아니어서, 해운 주식은 무수익자산이 될 수 밖에 없다. 비수익 자산을 성역없이 처분하겠다는 SK의 재무구조개선 원칙과 계열사 지원에 따른 비수익 자산의 증가 사이에는 분명히 모순이 있다. 이같은 상황들이 주주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내년 주총에서 최 회장 재선임 문제는 아주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소버린은 지난해 3~4월 14.99%지분을 전격매집한 뒤 끊임없이 지배구조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그리고 장기투자하겠다는 뜻을 그동안 줄기차게 밝혀왔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최 회장 퇴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SK는 주총에서는 승리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불신을 받고 있다. 주총 승리 뒤 SK는 이같은 불신의 골을 메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외 주주들은 SK가 소버린과의 분쟁과정에서 이른바 SK `백기사`들에게 자사주와 해외파킹 물량을 대거 풀어 주가흐름에 영향을 미친데 주목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고배당을 해 준 덕분에 배당수익이 꽤 있었다는 말로 SK텔레콤 지분보유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순환출자 등을 통한 SK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깨지 않기 위한 지분보유 외에 그동안 별다른 실익을 누리지 못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최 회장은 앞으로 1%도 안되는 미약한 지분으로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확보한 기득권 유지에 집착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무엇이 SK의 시장 재평가와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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