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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은 재판부가 자신의 반성문을 읽고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면서도 10장이 넘는 반성문을 제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우울 스펙트럼’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받은 상처와 학창시절 좋지 못한 교우관계, 조부모의 폭행 등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강조하며 법원에 선처를 요청했다. 그가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새 사람으로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하기도 했다.
정유정의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 미약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정유정의 범행 과정이 매우 주도면밀한데다가, 진술도 시시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달라지는 등 그의 주장에 신빙성을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유정은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살해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하다가, ‘부친과의 대화 이후 심경의 변화로 범죄를 결심했다’며 계획범죄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정유정은 피해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죽으려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극단적 선택을 위한 준비보다 시신 유기를 위해 캐리어를 챙기는 등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사망해 범행 당시 경과를 밝혀줄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범행에 대해 말을 바꿔가며 거짓으로 진술하는 것도 형사소송법이나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라고 볼 수 있겠다”면서도 “그러한 행태들은 객관적 증거들에 의해 밝혀지는 진실 앞에 무색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정 측에서는 아직 항소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