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골머리 캐피탈업계…현대캐피탈, 나홀로 선방

올해 상반기 말 ‘30일 이상 연체율’ 0.98% 기록
"부동산PF 비중 낮고 자동차금융에 집중한 덕
  • 등록 2023-08-23 오후 2:47:22

    수정 2023-08-23 오후 3:19:08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캐피탈 업계가 연체율 상승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현대캐파탈이 유일하게 연체율 관리에 선방했다. 자동차금융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에 캐피탈업계에 닥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피하며, 올해 상반기 말 ‘30일 이상 연체율’이 0%대로 떨어졌다.

(사진=현대캐피탈)
23일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0.98%로 전분기 대비 0.14%포인트(p) 하락했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차주(고객) 단위로 산정하는 금융감독원 공시 연체율과 함께 디테일한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상품(계좌) 단위의 연체율도 관리하고 있다. 이 상품(계좌) 기준 총 연체율은 상반기 말 기준 0.59%로, 공시 연체율보다 더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주요 캐피탈사들의 연체율이 1~2%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이례적인 성과다. 캐피탈사 중 가장 연체율이 높은 곳은 KB캐피탈(2.65%)이었다. 우리금융캐피탈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42%에서 상반기 1.95%로 무려 0.53%포인트나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캐피탈업계 연체율 상승 배경엔 ‘금리인상’, ‘부동산PF 부실’ 여파가 있다. 먼저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캐피탈사들의 조달금리가 빠르게 높아졌고, 이는 각종 금융상품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단기간에 고객들의 채무 상환 부담 역시 빠르게 증가했으며, 그 결과가 캐피탈사들의 연체율 상승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동산 PF 부실이 캐피탈업계 건전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부동산 호황기에 고수익을 보장하던 부동산PF는 최근엔 업계 약간 지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3년간 캐피탈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부동산 PF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는데,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자 부실 위험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자동차금융에 집중한 현대캐피탈은 연체율 개선에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의 전체 상품자산 중 자동차금융 자산의 비중은 80% 이상이다. 반면 부동산PF 자산 규모는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자산의 약 3.5%에 불과하다. 건전성 방어에 성공한 현대캐피탈은 올 상반기 금융사의 매출 격인 영업수익으로 2조5198억원을 올렸다. 이는 작년 상반기 대비 13.4%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자산은 8% 가까이 증가한 39조9094억원을 기록했다.

정교한 AI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현대캐피탈 연체율 안정화에 한몫했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심사, 한도, 금융범죄(Fraud) 예방, 임대차량 잔가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리스크 관리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예컨대 AI 리스크관리 모델은 연체나 사기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예측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목진원 대표가 매월 주관하는 ‘디커미티(D-Committee)’도 연체율 개선 요인에 꼽힌다. 디커미니티는 현대캐피탈의 위기대응협의체다. 위기대응을 위한 전사적 전략을 기획하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수행한다. 리스크 관리부서뿐만 아니라 각 사업 부서까지 전방위적으로 참여한 이 협의체가 유동성 위기 1단계 경보를 발령하자, 곧바로 실무 부서의 업무 방향성을 전환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각종 내·외부 지표를 기준으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 같은 시나리오는 전사적 유동성 확보와 함께 즉시 각 부문별 사업전략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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