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적임성 논란에…“‘구매담합 미국법’ 논문 썼다”(종합)

한기정 공정위원장 인사청문회
野 “전문성 없다” 지적 잇따르자
‘구매담합미국법 논문’ 기술 강조
자료 불성실제출에 파행 치닫기도
  • 등록 2022-09-02 오후 7:09:23

    수정 2022-09-02 오후 7:09:23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공지유 기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자질 검증에 집중됐다. 한 후보자가 ‘보험업법’과 ‘금융법’을 전공한 까닭에 공정위 업무와 관련 있는 ‘경쟁법’과는 접점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은 적임성 논란으로 비화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청문회는 오전 한때 파행 분위기로 치닫기도 했다. 야당 청문위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비율이 역대 공정위원장 후보자 중 1위라는 지적이 나온 데다 자료를 임의로 자체 수정해 제출하는 등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날 선 공세에도 후보자 검증에서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전문성 지적에 “관련 논문쓰고 연구했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은 국회에서 열린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비전문성’을 따지는 질문이 수차례 나왔다.

한 후보자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험법 전문가가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거래의 질서를 만드는 집행기관의 위원장으로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공정거래법에 관한 강의도 2학기 한 바 있고 관련 논문이나 연구는 꾸준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구매담합에 관한 미국법 연구 논문도 기술한 바 있다”며 “금융, 통신, 보험과 관련해서 경쟁이나 불공정거래, 소비자 보험 문제와 관련해서는 적지 않은 논문을 썼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가 쓴 논문 중 경쟁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연구는 지난 2015년 쓴 ‘구매 담합에 관한 미국법 연구’로 해외 판례를 정리한 내용이다. 한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 제19조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위법성의 입증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해석의 문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보자가 작성한 논문 중 공정위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논문이 있느냐’고 서면질의하자 한 후보자는 답변서를 통해 “구매담합에 관한 미국법 연구 논문을 공유하고 싶다”며 “공정위 카르텔 사건은 주로 가격담합, 물량담합 등으로 구매담합과 관련한 사례는 많지 않고 관련 해외 연구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공정위 정책과 관련해선 법집행 방식을 혁신해 조사와 사건처리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피해 기업이 공정위 심결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 재심사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에 “공정위 심의(1심 기능) 결과가 잘못됐다고 판단됐을 때 수정·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향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법제화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추진하면서 법제화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납품단가연동제 관련해서도 “유인을 제공해 최선의 자율규제를 우선으로 하고 안되면 법제화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자료 불성실 제출’에 한때 파행 분위기

이날 청문회는 오전 한 때 파행으로 치닫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한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얼마나 하지 않았는지 역대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자료제출 건수를 살펴보면 자료 미제출율이 1위”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소 의원에 따르면 역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율은 한기정 후보자가 35.3%로 가장 높았고 이어 △노대래 27.3% △정재찬 25.5% △김상조 16.2% △조성욱 12.6%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당 박재호 의원은 한 후보자가 자료 일부를 임의적으로 자체 수정한 점을 들어 “청문회 검증받으로 온 후보자가 ‘상왕’이나 되듯 본인 마음대로 자료를 수정해 제출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해당 자료는 후보자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시절 이사장의 업무추진집행비와 관련된 내용으로 국회에서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데 (후보자가) 줄을 긋고 일시와 지출용도 등은 지우고 총액만 제출하도록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거들었다.

앞서 박 의원은 한 후보자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으로 재임시에 업무추빈비 집행 세부 내역을 요청했고 세부 내역에는 일시, 지출처, 금액, 지출용도를 표기해 달라고 했지만 후보자 측에서는 총건수와 총액만을 제출토록 수정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수정행위를 제가 직접 한 것은 아니고 많은 자료 요청이 있었고 제가 직원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수정하도록) 요구한거 같은데 관련 정보는 모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여당은 야당의 자료제출 관련 공세에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앞서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지만 (야당서 요구한 자료가) 후보자의 적격성 등의 자료보다는 개인 사생활 파고들기, 망신주기에 집중되지 않았나 걱정된다”며 “인사 청문회자리는 후보자의 전문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다”라고 했다.

“결정적 한 방 없어”…4개월만에 공석 메우나

이날 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 의혹’ ‘사외이사 겸직 논란’등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야당 내에서도 이렇다 할 흠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교수시절 이해충돌 부분에서 스모킹건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크게 문제시될 만한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한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이 되면 공정위는 수장을 약 4개월여 만에 메우게 된다. 앞서 현 공정위원장인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지난 5월 사임을 밝힌데다 지난 7월에는 송옥렬 후보자가 지명된 지 6일만에 자진사퇴하면서 공정위원장 자리가 사실상 공석 상태다.

한편 한 후보자는 양정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보험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과 보험연구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경제·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현재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과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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