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구하기에 앞서, 인류는 가축의 혼을 달래는 의식을 펴왔으나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코로나19 탓에 가축 위령제가 폐지 혹은 축소한 탓이다. ‘삼복더위’에 식량으로서 활약할 가축의 명복은 내년을 기약해 빌어야 할 처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죽은 가축의 혼을 위로하는 축혼제(畜魂祭)는 매년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도축 업계를 중심으로 지낸다. 도축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고, 업계의 흥을 기원하는 차원이다. 일종의 시무식 성격으로 서로 단합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축혼제는 전통 제례가 아닌 터에 지내는 이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실재하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가축의 혼을 달래는 마당에 절차를 정하는 것도 생소했을 터다. 아울러 가축에 대한 인류의 인식이 ‘식량’ 이상으로 진화한 것이 비교적 최근 일이라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큰 틀에서 절차는 일반 제사에서 따와 지낸다. 제수(제사 음식)를 마련해 차리고, 향을 피워 강신(혼을 맞음)하고, 술을 올려 재배(두 번 절)하고, 음복(제수를 나눠 먹음)하고 철상(상을 치움)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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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혼제 대상은 종류와 쓰임을 가리지 않는다. 돼지와 소, 가금류 등을 망라하고 식량용과 실험용 혹은 폐사 등을 포함한다. 국내에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지나고 나면 폐사하거나 살처분한 가축을 위한 제가 뒤따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도축업체가 모인 한국축산물처리협회의 배현경 전무는 “저마다 사정이 다르고 전수를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연초에는 축혼제를 안 하고 넘어간 회원사가 있는 걸로 안다”며 “코로나19로 제를 지내는 데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복을 앞두고 가축 소비가 늘어날 상황이지만, 앞서 명복을 비는 절차를 건너뛰어 ‘찜찜함을 지우기 어렵다’는 이들이 적잖다. 그렇다고 애초 축혼제가 전방위로 확산해온 분위기도 아니었다. B2B(기업간 거래)에서 이뤄지는 도축·도계는 가공·판매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와 분리돼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 차원에서 산업적인 고려가 아닌 풍속을 따르는 것도 부담이라고 한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신앙 탓에 제를 지내는 걸 꺼리거나 이런 행사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가 있어 대대적으로 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