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중남미 등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 또한 전반적으로 축소됐다. 전 세계 교역량이 줄어든 데다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 여파 등이 영향을 주면서다.
경상수지는 상품 서비스 등을 사고파는 다른 나라와의 거래에서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외거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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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6년 중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을 보면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는 311억482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보다 18억8000만달러 감소한 것으로 2012년(190억3780만달러)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품이 오간 거래를 잡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2015년 451억6000만달러에서 434억1000만달러로 17억6000만달러 축소됐다. 자동차 철강 등 우리나라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수출·입 흑자 규모에 관심 두는 이유는 다름 아닌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무역촉진법에 따라 상대 국가의 환율 정책을 평가해 ‘심층 분석 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그 조건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이상 △해당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체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한 방향의 지속적 시장 개입 등 세 가지다. 우리나라는 앞선 두 요건에 해당해 직전 단계인 ‘관찰 대상국’에 올라있다.
다만 무역수지는 각국에 통관 신고된 수출·입을 기반으로 하지만 경상수지는 국내든 해외든 거주자와 비(非)거주자 간 이뤄진 수출·입 거래를 모두 계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가 집계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32억5000만달러, 미국이 낸 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275억7000만달러다. 기초자료 차이, 추산 과정 등에 따라 나라마다 수치가 다를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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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와의 대외거래를 보면 미국과 함께 중국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대중 경상수지 흑자는 407억2000만달러로 2015년 467억3000만달러 대비 60억1000만달러 줄었다.
최정태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2012년께 정점을 찍은 이후 중국과의 경상수지 규모가 커지지 않고 있다”며 “중국에서 부품을 조립해오는 형태가 아니라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수출까지 하는 형태로 진화하다보니 가공무역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중동 경상수지의 경우 적자 폭이 265억9000만달러로 역대 가장 적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원유 등 에너지류의 수입액이 급감한 덕분이다. 원유 도입단가는 2015년 평균 배럴당 53.7달러에서 지난해 평균 41.1달러로 떨어졌고 수입액이 537억3000만달러로 2015년(680억7000만달러) 대비 2년 연속 줄었다.
아울러 금융계정에서의 순자산 증가 폭은 미국에서 가장 컸다. 금융계정은 대외거래에 따른 금융기관의 자산 및 부채의 증감을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나라 거주자가 미국에 투자한 순자산 증가는 525억달러로 역대 가장 많았다. 주식과 채권 등 증권투자만 따져봐도 339억2000만달러 순자산이 늘었다. 이는 직전 최고치였던 2014년 197억6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미국과 함께 중동(147억6000만달러) 중국(54억5000만달러) 유럽연합(EU·42억3000만달러) 등에서도 순자산 증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