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맞는 첫 거래일인 27일 역시나처럼 증권가의 평가 보고서가 쏟아졌다.
1분기 실적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고 그래서 목표주가를 낮춘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목표주가 하향이 줄을 이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비교적 견조했다.
24일에 비해 1.15% 하락한 129만2000원. 아르헨티나 위기에 촉발된 신흥국 금융 불안 고조로 코스피가 1.56% 급락한 것에 비할 때 상대적으로 나았다. 실적 발표날 배당정책을 묻는 질문에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이 ‘상당히 증가할 것’(Significantly increase)이라고 답한 것이 단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달래기 위해 지난해 11월 열린 제2회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성장주의를 고수하면서도 배당률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배당률이 성에 차지 않았기에 한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 공세에도 시달렸다.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는 언급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해석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가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주주환원에 대해 회사는 올해 전년대비 대폭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며 “자사주 매입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이지만 제한된 설비투자 추세와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은 이번 회사의 발표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배당 등 주주이익환원책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가운데 ‘곱셈과 나눗셈’이라는 차원이 다른 해결책을 내놨다. 전기차 시장 선도자인 미국 테슬라 같은 업체를 인수하는 등의 획기적인 신성장 동력에 대한 M&A에 나서거나 아예 회사를 셋트와 부품으로 쪼개서 각 부문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품 부문에 대한 기업가치는 중장기적으로 150조원 이상이며, 이 경우 분할된 시가총액의 합은 현재보다 50%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갈수록 성장주로 보는 투자자들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삼성전자가 가치주로 재평가되는 길목에 본격 들어선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