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연말 보내는 유통가, 명절 특수도 사라지나

[무안 제주항공 참사]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 취소
백화점·대형마트 할인도 행사만
'대목' 설 앞두고도 마케팅 축소 조짐
  • 등록 2024-12-31 오후 3:54:30

    수정 2024-12-31 오후 7:04:35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12·3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연말 유통가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하면서 설 명절 특수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애도 기간에 맞춰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고 할인 행사나 명절 선물 예약도 별다른 마케팅 없이 조용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월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된 데 따라 신세계(004170)백화점은 서울 중구청과 진행할 예정이던 신년 카운트다운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본점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 스퀘어’ 연말 영상 송출도 중단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상부 랜턴부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백색 조명이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 역시 롯데물산이 새해 첫날 진행하려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카운트다운 행사와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열려던 새해 카운트행사 ‘해피 뉴 이어 일렉트릭 파티’ 모두 취소했다. 본점을 비롯한 롯데백화점 전 점포에 꾸민 크리스마스 장식 점등도 전날 조기 종료했다. 그 대신 롯데물산은 국가 애도 기간 롯데월드타워에 애도 조명을 점등한다.

새해를 맞아 준비한 대규모 할인 행사에 대해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도 축소했다. 백화점은 1월2일부터 정기 세일에 돌입하지만 이와 관련해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신세계는 1월 2~5일 계획한 ‘오징어 게임’ 시즌2 ‘4.56초를 맞춰라’ 행사를 10~12일로 미뤘다.

이마트(139480)는 새해 첫 할인 행사 ‘고래잇 페스타’를 1~5일 예정대로 진행하되, 마케팅과 홍보를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미 준비된 행사도 절제된 분위기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편의점, 아웃렛, 홈쇼핑 등 주요 유통 채널도 마케팅이나 홍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유통가는 이 같은 분위기가 명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하고 있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데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며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2월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CSI가 기준치 100을 밑돌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제주항공 참사 영향까지 고려하면 소비자심리지수가 더욱 하락할 개연성이 있다. 실제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된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CSI가 한 달 새 큰 폭으로 내려간 전례가 있다.

유통업계로선 대목으로 꼽히는 설을 앞두고 마케팅도 위축될 개연성이 있다. CJ제일제당(097950)만 하더라도 이번주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을 진행하지만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1월 행사는 대대적으로 소비자 체험 등이 포함된 프로모션으로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하게 할 예정”이라며 “참사가 발생한 직후 소비가 주춤했던 만큼 설에도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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