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조모(54)씨는 “반년이나 지났으면 뭐하느냐”며 “요즘은 주말이 평일 수준이라 그냥 상권 자체가 ‘꽝’”이라며 한숨 쉬었다. 이태원 상권이 흥하던 시절, 주말마다 머리만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히 지나다니던 모습이 그립다는 그는 참사 이후엔 아침부터 나와서 장사를 시작한다. 조씨는 “원래 저녁에만 해도 충분했는데 참사 이후에 매출이 바닥이라 아침 장사도 한다”며 “코로나 땐 그래도 나아질 기미가 보였는데 지금은 회복될 때까지 3년은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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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데일리가 찾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참사’ 현장엔 ‘임대 문의’ 문구가 크게 쓰인 현수막들이 건물 곳곳에 붙어 있었다. 참사를 기리기 위해 해밀톤 호텔 벽에 빼곡히 붙은 메모지는 그대로지만, 참사 직후 문을 닫고 자리만 지키던 상점들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없었다. 대로변 큰 건물부터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는 임대 현수막은 이태원을 더욱 휑하게 만들었다. 상인들은 “코로나 시절 유령도시였던 ‘명동’과 다를 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며 ‘하늘길’이 열렸지만, 비교적 서양권 외국인이 많이 찾았던 이태원은 외국인 관광객 효과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 화장품 가게에서 근무하는 백모(30)씨는 “홍대점과 명동점은 사람이 터지고 매출도 이태원점에 비해 4배 많다고 하더라”며 “이태원은 중국, 일본, 동남아 관광객이 의미가 없다. 영어권 외국인들이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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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을 즐겨 찾던 시민도 공실이 늘고 예전처럼 클럽과 헌팅포차 등 인기 있던 술집들이 과거 명성을 되찾지 못하면서 “이태원에 가기가 눈치 보인다”는 반응이다. ‘밤 문화’를 즐길 땐 무조건 이태원에 갔다는 김모(27)씨는 “사실 이태원만큼 재밌는 데가 없었는데 술집들도 다 안 여니까 안 가게 된다”며 “간다고 해도 뭔가 죄짓는 기분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인들은 ‘이태원참사’를 ‘10·29참사’로 바꿔 부르고, 이태원 상권회복상품권이 엉뚱한 곳에 사용되지 않도록 지자체의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조씨는 “상품권을 담배나 술도 살 수 있게 해서 체감이 안된다”며 “상품권 사용 범위를 참사 현장의 인근 가게로 제한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는 올 1분기(1~3월) 이태원 상권회복상품권 결제액은 94억6729만3000원이라고 밝혔다. 업종별 결제액 점유는 음식점(31%)이 가장 많았으며, 운동·레저용품(26%), 식품도소매(11%), 의류·패션잡화(11%), 편의점(4%)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