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에 국민연금 셈법 복잡해진 이유

[마켓인]"발전기업 돈 빼겠다" 선언한 국민연금
역대급 적자 기록한 한전…영향력 고심
투자제한 전략 확정 전까진 투자 이어갈 듯
  • 등록 2022-06-16 오후 2:25:25

    수정 2022-06-16 오후 9:28:03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1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한국전력(015760)을 두고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 따라 탈(脫)석탄 투자를 선언하고 투자제한 전략을 수립하는 가운데 한전과 그 자회사들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에서 시민이 전력량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탈석탄 선언 후…1년째 고심 중인 국민연금

16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하면서 재무개선 현황을 공개했다. 1분기 7조8000억원이라는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국내외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포함해 6조원 규모의 자구안 추진 계획을 내놨다. 다만 동시에 법정 최대 한도 수준의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적자가 문제가 되면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이고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전과 같은 석탄채굴·발전산업(석탄발전산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을 수립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탈석탄을 선언하고도, 자본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1년 넘게 구체적인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어떤 기업을 석탄발전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으로 볼지, 투자제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시기는 언제로 해야 할지 등이 핵심이다.

전략 마련을 위해 진행했던 연구용역에서 딜로이트안진은 매출 비중 등을 기준으로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두 개 안은 매출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일 경우 투자를 제한한다는 내용, 나머지 하나는 그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발전 자회사 둔 한전…세부 조건도 관건

연구용역 결과까지 나온 상황인 만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취합해 구체적인 투자제한 전략을 만들고, 이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처리하는 단계만 남았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이미 관계부처 추천 위원으로 꾸린 별도의 태스크포스(TF)까지 운영하고 있다.

발전산업은 한전 산하의 5개 발전자회사와 22개 민간발전회사, 구역전기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다. 한전은 판매만 담당하지만 자회사의 사업구조는 발전산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 비중에 자회사를 어떻게 포함할지 같은 세부 조건도 관건이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딜로이트안진은 이러한 국내 전력사업의 구조를 고려해 ‘50% 이상’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재정 상황과 함께 정부가 최근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 제정 작업에 들어간 것도 변수다. 이 때문에 오는 17일로 예정된 TF 회의에는 TF 위원 외에 산업부와 한전 관계자가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다른 기관에 미치는 영향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제한 전략 이슈는 단시일 내에 매듭이 지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제한 전략이 나오고 시행될 때까지 국민연금은 한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 9일 한전 지분을 기존 6.56%에서 3년 내에 10%까지 늘려가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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