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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2년 7월부터 8월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해 7차례 걸쳐 총 1억원가량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조직은 자신들을 금융기관 직원이라고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대출 약관 등을 위반해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위약금, 예치금 명목으로 현금을 납입해야 한다고 속였다. A씨는 조직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걷은 뒤 자신의 몫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을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조직원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는데 가담했다.
1심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과 함께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그러나 2심은 공소사실 자체에 대해 직권 심판해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나 범행의 도구로 이용되는 사람들 모두 객관적으로 보면 상식에 맞지 않는 범죄자들의 말에 속아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지시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며 “그중 금전적으로 피해입은 사람들만 피해자로 분류하고, 범행의 도구로 이용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결과가 중대하고 비난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주관적 고의를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A씨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단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2심 재판부는 A씨의 채용 경위, 업무 수행 방식, 취한 이득 등을 고려할 때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 당시 만 18세의 미성년자였고 이 사건 전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해본 경험 외에는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점, 무통장입금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사회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위와 같은 회사 측의 설명을 그대로 신뢰했을 가능성이 높고 자신이 하는 일이 재무설계 회사의 단순한 사무보조 업무라고 믿었을 여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조직원들과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고 남겨둔 점을 비춰볼 때도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더라면 삭제하지 않고 남겨둘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는 13만원의 일당을 받았는데 최저 수준의 임금인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지급받은 대가가 지나치게 높지 않다고 보인다”고 적시했다. 이에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선고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