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우려 내부서 나왔지만 '50년 주담대' 판매한 은행들

금감원, 은행권 가계대출 점검결과 발표
"다수 은행, KPI로 가계대출 증가 독려
가계대출 증가폭 완만한 둔화세 예상"
  • 등록 2023-11-30 오후 1:15:37

    수정 2023-11-30 오후 1:15:37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부서의 우려 제기에도 불구하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판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과평가지표(KPI)엔 가계대출 확대 유인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당국 지도를 무시한 은행도 있었다. 일부 은행은 고(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특례를 남용해 영업하기도 했다.

고(高)DSR 정책적 특례 남용한 은행

금융감독원은 지난 8~10월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시행한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 이같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2분기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자 금감원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규제 준수여부, 여신심사 적정성 등 가계대출 취급현황 전반을 점검했다.

금감원 점검 결과 대부분 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과정에서 상품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 심사 없이 부서장 전결로 처리했다. 일부 은행은 리스크부서와 합의는 했으나 리스크 분석을 형식적으로 했다. A은행은 리스크부서가 금리리스크 확대, 듀레이션 관리 곤란 등 우려를 제기했으나 영업부서 의견대로 만기를 확대하기도 했다.

또 다수 은행은 최장만기 변경 목적을 ‘영업경쟁력 제고’로 명시했다. 실제로 B은행은 영업점에 ‘영업경쟁력 제고’, ‘대출한도 증대 효과’를 안내토록 했다. 은행들이 DSR 우회·회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금감원 시각이다.

은행들은 영업점이 가계대출을 늘리도록 독려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행정지도를 통해 영업점 KPI에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 취급 관련 항목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 은행이 직·간접적으로 가계대출 확대와 성과가 비례하는 KPI를 설정하고 있었다. 일부 은행은 그 결과를 인사보상과 연계하기도 했다.

DSR 규제 완화 허점을 이용한 은행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잔액 코픽스 연동 대출을 신(新)잔액 코픽스 상품으로 대환하는 경우에 한해 대출규제를 완화해주고 있다. 신잔액 연동 상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부 은행은 잔액 연동 대출이 아닌 상품을 신잔액 대출로 대환하는 경우에도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지방은행과 특수은행 중엔 고(高)DSR 규제 특례를 남용한 곳이 있었다. 시중은행은 DSR이 70% 이상인 대출을 5% 이하로, 90% 이상인 대출은 3%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반면, 지방·특수은행은 이 비율을 각각 15%, 10% 이하로 관리하면 된다. 고DSR 대출이 많은 농·어업인의 비주담대가 많은 점을 고려한 정책적 특례다.

하지만 한 은행은 이러한 특례 취지와 달리 우수 고객, 공무원에게 가계대출을 취급할 때 고DSR로 취급하도록 독려했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 결과 발견된 은행권 대출심사, 영업형태상 문제점을 개선토록 지도하고 향후 제도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저신용자 지원, 시장왜곡 아냐”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가계대출 증가폭이 9월 이후 둔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완만한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진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6월 6조1000억원 늘어났으나 이달 1~27일엔 2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상품 판매 중단,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의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주담대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금감원은 최근 주택시장 동향,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 조치 등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고신용자는 상승했으나 저신용자는 하락해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일부 은행이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새희망홀씨 등 저신용자 상품 금리를 인하해 최저 등급 차주의 대출금리만 전년 대비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신용평점 기준 600점 이상 차주 금리는 모두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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