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의 개정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투쟁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흘 일정으로 바닥에 엎드려 온몸을 완전히 땅에 닿게 하는 ‘오체투지’ 방식의 투쟁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박 3일간 국회 앞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 2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관계자들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 비정규직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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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공동투쟁)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노조법 바깥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해온 만큼 노조법 개정의 시급함을 누구보다도 절감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조합에 참가할 권리를 보장하고 ‘진짜 사장’이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도록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투쟁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30여명이 오체투지 방식으로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건물까지 이동했다. 오는 28일에는 경총에서 지하철 5호선 마포역까지, 29일에는 마포역에서 국회까지 사흘간 오체투지를 이어갈 방침이다.
|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으로 행진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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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노조법 2·3조의 개정을 위해 2박3일 철야농성 돌입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2박3일 국회 앞 철야농성 포문을 열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압박을 위한 투쟁을 전개한다”며 “정부의 노동탄압에 대한 민주노총의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 진입해 점거농성을 벌이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구급차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경찰의 대오가 무너지며 일부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등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지난 19일부터 노란봉투법 처리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으며, 전날 전국민중행동도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의 노동쟁위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뜻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과 노동계가 정기국회 주요 입법 과제로 추진 중인 사항이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사실상의 영향력이 있는 자’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규정해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특수고용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도 노조법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3조 개정안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핵심 조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날 오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불발됐다.